김환기, 정원, 1956, 캔버스에 유채, 80.5×100cm, 개인소장.

‘한국의 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는 도자기, 불상과 같은 국보급 문화재 35점과 근현대작가 작품 130여점을 선보이는 ‘DNA: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전을 오는 10월10일(일)까지 개최한다.

한국 고유의 미를 담은 작품을 선정하는 작업에는 최순우, 고유섭, 김용준 등 근현대 미학자 44명이 참여했다. 전시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미학적 키워드는 성(聖, Sacred and Ideal)’, ‘아(雅, Elegant and Simple)’, ‘속(俗, Decorative and Worldly)’, ‘화(和, Dynamic and Hybrid)’로 설정됐고 이 네 가지를 기준으로 전시 구성이 기획됐다.

시공을 초월한 한국의 미적 DNA가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한국화, 유화, 서예, 조각 작품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김홍도, 신윤복부터 박수근, 이중섭, 오윤, 천경자, 임옥상, 유영국, 장욱진까지 아우르는 97명의 근현대 작가 작품들을 서로 비교해가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1부 ‘성(聖, Sacred and Ideal)’에서는 삼국시대부터 고려까지의 이상주의적 미감이 근대 이후 우리 미술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고려청자의 뛰어난 장식 기법과 도상들이 이중섭의 작품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예술이 발광체이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비춰 주는 반사체가 되어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천경자, 탱고가 흐르는 황혼, 1978, 종이에 채색, 46.5×42.5cm, 개인소장.

3부 ‘속(俗, Decorative and Worldly)’에서는 서양미술과 조선 및 근현대 주류 미술에 대한 반작용으로 표현주의적이고 강렬한 미감이 추구되던 장식미(裝飾美)를 살펴본다. ‘속(俗)’이란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조선시대 김홍도의 풍속화와 신윤복의 미인도, 민화는 이러한 미학을 잘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 4부 ‘화(和, Dynamic and Hybrid)’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하며 다양한 가치와 미감이 공존하고 역동적으로 변모하던 1990년대 이후 한국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살펴본다. ‘화(和)’란 대립적인 두 극단의 우호적인 융합을 의미한다. 신라금관(보물 339호)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들은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전통이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헌정 되는지를 보여준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국보와 보물이 현대미술작품과 함께 전시되는 보기 드문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펼쳐놓은 다채로운 미감의 한국미술을 감상하며 역동적으로 살아숨쉬는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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