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우수한 기술력과 유망한 사업성을 보유하고 있어도 전년도 매출액이 작으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들어 신규사업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하고 있습니다”(A사 대표/중기중앙회 주최 간담회)

“…창업초기기업이 자금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해요. 대출을 받으려 하면 매출실적이나 담보를 요구하고요. 엔젤투자나 창업투자자금을 지원받으려 해도 매출실적 조건 때문에 어렵더라고요.…”(수원 소재 K사/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중소기업리포트)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야 하지만 전년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현행 대출한도 설정방식에 묶여 여전히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게 중소기업계의 현실이다. 지난달 2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신제윤 금융위원장 초청 중소기업 금융규제 개선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A사 대표 역시 금융위원장 및 정책금융기관 임원들 앞에서 ‘매출액 기준 대출한도 설정방식’의 문제점을 이처럼 강하게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중소기업 금융규제 개선 위한 간담회’ 모습<사진=중소기업중앙회>

은행권은 단순히 매출액 기준으로만 대출한도를 설정할 것이 아니라, 사업성 및 기술력 평가 등을 포함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기이코노미

중앙회는 “대출부실이 발생하더라도 담보가치가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은행은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다”며 “신용등급에 따라 담보대출 금리가 현저히 차이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무보가 현금지급 보증하는데 은행은 대금지급 지연 시 사고처리=무역보험공사는 수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과 무역거래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보증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수출 중기들은 이 보증서 원본을 은행에 제출해 자금을 활용하고 있는데, 은행에서는 수입자의 대금결제가 지연되는 경우 어음이 부도난 것처럼 사고처리를 하고 있다.

중앙회는 “무역보험공사가 100% 현금지급을 보증해 은행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음에도, 대금지급 지연 건에 대해 부도 유예 및 신용불량 등록 등 어음관리 내규를 준용해 적용하고 있다”며 “부분보증이 아니라 원금 손실이 전혀 없는 지급보증 건에 대해서는 어음관리 규정에 별도의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중앙회는 어음관리 규정에 예외를 두거나 취급요령을 신설해줄 것을 요청했다.

◆어음 발행기업의 매출과 자산 고려해 발행금액 제한해야=어음 발행기업의 매출규모와 자산을 고려해 발행한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왔다.

현재 기업이 어음을 발행할 때 은행에서는 어음의 수량을 제한할 뿐 발행금액은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에서 능력이상의 어음을 발행하더라도 제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납품기업들은 거래처가 어음결제를 요청할 때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특히 경기가 어려울 때는 장기어음이 일반화돼 자금난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중앙회는 과거의 가계수표 발생 시스템을 참고해 어음의 발행한도를 제한하자고 건의했다.

◆매출감소 시 조기상환, 금리인상 등 요구 관행 개선해야=중소기업은 연도별 매출이나 수익변동성이 큰 경우가 많은데, 매출감소나 이익축소 시 자금의 조기상환을 요구받는 일이 발생한다.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충분한 담보제공과 신용으로 채권회수에 문제가 없음에도 일시적 매출감소를 이유로 신규대출을 기피하거나, 대출해준 자금에 대해 상향된 금리를 적용하기도 한다.

중앙회는 “매출은 감소했으나 제공받은 담보가 충분하고 리스크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자금 조기회수나 금리인상을 적용할 수 없도록 기준과 적용지침을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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