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예술, 즉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작품 창작이 비록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작가들의 예술적 상상력만큼은 첨단기술을 만나 더 깊어지고 풍부해진 듯하다. 

아르코미술관은 작심이라도 한 듯 과학, 환경, 기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대형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이 축제에 참여한 작가들만 35명. 시각부문은 물론 그동안 다양한 매체실험을 해왔던 작가들이 상상력을 뽐냈다. 

페스티벌의 제목은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미국 생태문화이론가인 스테이시 엘러이모(Stacy Alaimo)가 정리한 ‘횡단 신체성(transcorporeality)’이란 다소 난해한 개념에서 차용했다. 쉽게 말하면 이 개념은 인간과 기술, 환경의 관계를 인간 중심의 이분법적 시각이 아니라 상호 연결돼 작용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재정립한 이론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은 인류 역사에서 간과했던 다양한 가치들을 일깨우는 효과가 있다. ‘횡단 신체성’의 개념을 이해하고 페스티벌에 참여한 작가들은 인간과 물질의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작가들은 환경과 인간이 긴밀하게 얽혀있는 양상을 데이터에 기반을 둔 시각화 작업으로 나타내기도 했고, 비가시적 환경요소와 인간과의 관계성을 생명과학과 융합하거나, SF적 이미지로 물질들의 상호침투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또 기후변화가 일으킬법한 미래의 가상환경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예측한 작가도 있었으며, 환경 이슈가 갖는 무게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도 있었다. 

페스티벌은 크게 미술관 내·외부 전시와 스페이스 필룩스에서 열리는 라이브 아트 그리고 별도의 온라인 플랫폼(www.nothingmakesitself.art)에서 구현되는 온라인 전시와 외부 기획자들의 위성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답게 다양한 기술이 매개된 첨단 장르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3D프린팅, 로봇기술, 영상, 데이터 시각화, 사운드 인터랙션 등을 활용한 50여점의 작업들을 볼 수 있다.  

참여한 작가는 전시 및 라이브 아트 부문에 고병량 & 아토드, 구기정, 김보람, 김신애, 김아영, 김윤철, 김초엽, 뉴보통, 밥랩, 수지 이바라 & 미셸 콥스, 스튜디오 싱킹핸드, 시셀 마리 톤, 우르술라 비에만, 염지혜, 이민경, 이정연댄스프로젝트, 전혜주, 정지현, 제이콥 스틴센, 콜렉티브 뒹굴, 한윤정, 황동욱 & 정동구다.

온라인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위성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는 ▲네트쇼(기획: 정소라/ 권혜원, 메리 매팅리, 애크로이드와 하비, 벤 오크리, 진 인이 나래) ▲제로의 예술(기획: 강민형, 김화용, 전유진/ 남선우, 박태인, 여혜진, 이규동, 이목화) ▲환대의 조각들(기획: 다이애나랩/ 109, blblbg, MC. mama, 구은정, 그레이스 김, 무밍, 배인숙, 송수연, 신원정, 안세원, 양승욱, 오로민경, 우에타 지로, 이야기, 정유희, 정진호, 하마무, 핫핑크돌핀스, 홍서연)이다.

온라인 전시 부문에 참여한 작가는 다이아크론, 수잔 앵커, 스튜디오 싱킹핸드, 시티 애즈 네이쳐, 신재연, 이재욱, 장한나, 크리스티나 아가파키스/긴코 바이오웍스 & 알렉산드라 데이지 긴스버그 & 시셀 톨라스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온라인 국제 심포지엄 및 온라인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또 다른 지역과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주에는 서울환경영화제 측에서 소장하고 있는 ‘그린아카이브’ 중에서 이번 프로젝트와 주제의식을 공유하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페스티벌은 오는 12월12일까지이며, 전시 관람은 네이버 사전 예약이 필수이고 입장료는 무료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