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매력과 기쁨을 그림에 담아내는 것이다.”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대가 르네 마그리트가 남긴 말이다.

20세기 양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세상을 경험한 예술가들은 힘겨운 현실 너머 무의식의 환상을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전쟁의 자리를 전염병이 대체한 시대를 살고 있고, 예술가들은 많은 인내가 필요한 이 시대의 모습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며 위로한다.

비대면이 익숙하고 마음을 표현하기 쉽지 않은 현대인의 감정을 자연과 인간이 융합된 ‘스톤피플’에 담아 이야기하는 작가가 있다. 탁월한 표현력과 감성으로 우리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21세기의 초현실주의 화가 박정용을 만나보자.

달려가다, 227.3×181.8cm, oil on canvas, 2017.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해달라.

저는 자연의 원초적인 미감에 인간의 감수성을 담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연으로 회귀하는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기 위해 대학시절 자화상을 바다 위의 섬으로 표현해본 작품을 계기로 현재의 ‘스톤피플’ 시리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물을 유기적으로 엮어 우리의 삶을 초월하는 이상적 존재의 캐릭터로서 ‘스톤피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행위를 통해 느껴지는 여러 감정들을 표현하는데 이는 주로 저의 경험과 생각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Q. 작품에서 돌, 꽃, 풀 등 자연의 소재를 초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와 같은 소재와 표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두 장의 사진이 저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애니 레보비츠가 찍은 ‘롤링스톤’ 1980년 12월호 표지 사진으로 존 레논이 누드의 모습으로 오노 요코를 포옹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두 번째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인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 인근 발다로에서 발견된 포옹하는 모습의 연인 유골 사진으로 일명 ‘발다로의 연인’ 사진입니다. 존 레논은 사진촬영 6시간 후 극성팬의 총격에 사망했고, 발다로의 연인은 최소 5천년 전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연인의 삶과 죽음을 대비하는 두 장의 사진이었고, 삶을 다한 뒤 육체를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어버린 모습을 보며 자연으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해 보고 싶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돌은 여러 감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며 이 땅에 존재해온 우리의 역사이자 자화상이며, 다양한 풀잎과 꽃들은 끊임없이 피고 지며 순환하는 자연의 생명력입니다. 이런 자연의 다양한 요소들을 우리의 모습으로 표현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Q. 몇몇 작품에서는 고전 작품을 차용한 것이 눈에 띄는데, 이는 오마주인가 패러디인가?

해당 작품과 화가에 존경심을 담은 패러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술사에서 회자되고 있는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유명 작품들에 저의 작업을 덧입히는 콜라보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명화를 다시 한번 현재에 소개하고, 저의 작업세계를 전달하는 형식실험으로써의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Q. 자신의 작품세계 형성에 영향을 준 작가가 있다면?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입니다. 어려서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좋아했는데, 2007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르네 마그리트전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고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Q.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풀밭위의 점심, 162.2×130.3cm, oil on canvas, 2019.

Q. 주로 유화 작품을 많이 선보이는 것 같은데, 유화 작업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는가?

유화 물감의 물성을 좋아합니다. 유화 보조제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물성과 물감에서 느껴지는 끈적한 발림, 두께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가능한 느낌들이 손에 익숙해지고 마음에도 들어서 선호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너의 곁에 싹틀 확률’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삶 속의 인연과 사랑을 통한 위로와 격려를 주제로 기획하고 준비함으로써 코로나 팬데믹으로 장기간 지쳐갈 수밖에 없던 우리의 시대를 위로하고 그 모습을 작품 속에 투영하고자 합니다.

Q.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작품세계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듯 좋은 작품을 그리고 싶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서서히 익숙해지는 붓질에 대한 경계심,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갈망이 마음속에 가득하지만 전시 스케줄과 물리적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현실 사이에서 늘 갈등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의자에 앉아 시간을 쪼개며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로서 박정용의 목표는 무엇인가?

앞의 질문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이 해결되는 지점이 작가로서 저의 목표가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 여유와 지혜와 덕망을 갖추는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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