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임대료·인건비 등 각종 고정비를 감당할 여력도 안되지만, 폐업할 돈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버텨야 하는 사례가 많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전한 소상공인들의 요즘 처지다.

소진공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소상공인 재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폐업 평균 소요비용은 1410만원이고 부채규모는 4030만원에 달한다. 철거비용 등 직접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사업을 지속하지 않을 경우 사업을 위해 받은 대출도 일시 상환해야 하며, 이미 체결한 임대차 계약으로 인해 남은 기간의 임대료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성공하는 방법’은 커녕 ‘잘 망하는 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호소다.

소상공인에 대한 폐업 지원정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소상공인 폐업점포 재도전’ 사업을 통해 폐업 소상공인에게 취업, 재창업 준비금 명목으로 현금 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은 폐업 시 점포철거 및 원상복구 비용을 최대 200만원 지원한다.

그러나 소진공 조봉환 이사장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인정했듯, 금액 자체도 부족하거니와 소상공인의 현실과 정책과의 괴리로 사업 신청과 지급도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상공인에 대한 폐업 지원정책이 있지만, 금액 자체도 부족하거니와 소상공인의 현실과 정책과의 괴리로 사업 신청과 지급도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거리에는 빈 점포가 늘어가고 있지만, 어느 지역·어느 업종의 소상공인이 폐업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수치조차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기업생멸통계를 통해 소상공인의 폐업 통계를 추론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2018년이 정부가 발표한 마지막 시점이다.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한 소상공인에게 폐업은 생존권을 위협할 만큼의 위험이다. 어쩔 수 없이 폐업을 선택하더라도 빚을 떠안은 채 주저앉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원요건을 완화하고, 지원비용을 대폭 확대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위험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에 발목이 잡혀, 폐업마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집합제한 조치 등으로 폐업한 경우에는 ‘임대차 계약 해지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통과도 시급한 과제다.

기존 제도의 문턱을 낮춰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업종의 사업을 확대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전환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금·컨설팅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중소기업 사업전환 촉진에 관한 특별법(중소기업사업전환법)’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상시 근로자 수를 5명으로 제한한 조항을 완화해 소상공인도 혜택을 받도록 한다면, 폐업으로 사업자 자격을 잃는 동시에 대출까지 상환해야 하는 어려움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확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상권영향 분석 통계에 집중된 소상공인 관련 통계 파악역량을 확충해 정교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 시급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