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를 운용하는데 프로젝트마다 소관 부처가 달라 비효율적이고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제도 설계와 운용을 효율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현행 규제샌드박스의 제도적 효율성 제고방안’ 보고서는, 규제샌드박스의 효용성은 충분히 인정된다면서도 성과에 수반되는 사회적 위험성과 행정력 소모 방지 측면에서 적정수준의 제도를 도입하고 시행하기 위한 범정부적 검토와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규제샌드박스는 예측불가능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혁신에 대해 법령과 제도가 일일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는 법 개정을 통해 2019년 이후 여러 부처 소관으로 규제샌드박스를 전면 도입했다.

현재 규제샌드박스로서 도입된 내용은 규제 신속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 세가지로 소위 규제특례 3종세트라고 칭한다.

규제샌드박스 개념도

<자료=규제혁신포털>

규제 신속확인은 특구 내의 기업들에게 규제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시도지사에게 신사업과 관련한 허가 등의 필요여부를 확인요청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신속확인 요청이 있게 되면 30일 이내에 중앙행정기관의 회신을 받을 수 있다.

실증특례는 신제품이나 서비스의 시험·검증(실증)을 하고자 하는데 소관 법령이 없거나 기존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 경우에 일정기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실증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임시허가는 신제품이나 서비스의 안전성이 검증됐음에도 허가기준이 없거나 기준이 불합리해 시장출시를 할 수 없는 경우에 임시로 판매허가를 받아서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밖에 규제자유특구에는 기존 법령상 규제가 유예 또는 면제돼 적용되도록 하는 규제특례 201개가 지역특구법상 조문으로 열거돼 있다.

보고서는 그러나 규제샌드박스와 관련된 제도적 쟁점으로 ▲법치주의 원리와 긴장관계 ▲규제샌드박스의 중복성에 따른 비효율 발생 가능성 ▲제도 수요자 혼란과 불편 초래 등을 꼽았다.

◇법치주의 원리와 긴장관계=보고서에 따르면 실증특례, 임시허가 등과 같은 규제샌드박스는 기존 법령상 규제를 유예·정지시켜 그 효력발생이나 적용을 면제해주는 것으로 법치주의 예외에 해당한다. 따라서 헌법상 원리인 법치주의의 중대한 예외로서, 신기술 육성의 사회적 편익과 헌법 원리인 법치주의 침해의 부작용 간 조화를 위해 신중한 검토를 거쳐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중복성에 따른 비효율 발생=현행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지역특구형 1개, 프로젝트형 5개로서 지역특구형 체계를 취하는 중기부의 규제자유특구를 제외하면 모두 기업이 직접 신청하는 프로젝트형 규제샌드박스 형태다. 따라서 신기술 개발 및 사업화 과정에서 기업이 신청하는 프로젝트형 규제샌드박스의 경우 각 제도별로 유사·중복되는 사례가 발생하기 쉽다. 또, 여러 소관 부처로 구분돼 있어 국가 행정력이 소모될 우려도 있어, 유사·중복성을 지양하고 기존 제도를 최대한 통합·활용할 경우에 제도 운용상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견해다.

중소벤처기업 수요 맞춤형 규제샌드박스 활용 지원체계

<자료=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제도 수요자 혼란·불편 초래=유사한 규제샌드박스 제도들이 신설돼 창구가 다양화되는 것은, 수요자의 편의성을 증진시키기보다는 혼란과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신기술 실증을 장려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창구의 다양화가 아니라 제도의 적절한 홍보 및 안내와 신속한 처리 절차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제도 설계와 운용 효율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주된 수요자는 대부분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으로 제도적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중기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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