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화폐를 사용할 때 만큼은 내가 낸 세금을 돌려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을 엄마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캐시백이 1%만 줄어도 가슴이 철렁하다고 하는데, 이번에 내년 예산을 80% 가까이 줄였다고 하니까 우리 카페에서는 예산 왜 줄이냐, 우리 동네 살려야지, 동네가게 아저씨 망하면 어쩌냐, 온갖 걱정이 다 올라와요. 소상공인 상권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점을 꼭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3만명의 회원을 가진 부산경남맘카페 임민혜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토론회에서, 소비자로서 느끼는 지역화폐에 대해 이처럼 얘기했다. 지역화폐를 많이 사용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우리 남편, 나의 일자리도 안정화된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캐시백 지급이 중단된다면 지역화폐 사용을 줄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 ▲지역화폐를 플랫폼화해 쇼핑과 배달에도 사용하고, 공적서비스에도 연결하면 좋겠다는 이야기 등 지역화폐의 존재이유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견이었다.

전국 230여개 지자체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이 발행되고 소비자가 먼저 이를 찾게 되면서,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수요는 약 29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소식에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은 가장 확실한 ‘경제백신’을 없애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지역화폐 가맹점들은 자신의 상점에서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만큼 매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경기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의 자체 업무사무로, 제도 초창기 중앙에서 한시적으로 지원한 사업이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원을 늘려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고, 자치단체의 재정상황이 좋아질 것을 감안해 예산을 줄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화폐 발행 관련 내용이 지방사무’이고, ‘중앙정부가 한시적으로 지원한 사업’이라는 기재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재부의 입장은 사실과 다르다. 중앙정부의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은 2018년 12월 발표된 ‘자영업 성장과 혁신 종합대책’에 의한 것이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종합대책의 두번째 과제에 해당하는 핵심사업으로, 2022년까지 지역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지원해 자영업 점포 매출증가로 이어지게 설계됐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사무가 아닌 중앙정부의 자영업 활성화 대책의 하나인데, 기재부가 정부의 사업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시적 지원사업이라는 기재부의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정부는 2022년까지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의 예산을 1/5 규모로 축소했다. 할인율(캐시백)이 제공되지 않는 지역사랑상품권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보면, 사실상 지역사랑상품권 사업 자체를 중단시키려는 의도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반면 온누리상품권 지원예산을 올해 2749억원에서 내년 2915억원으로 인상한 것을 보더라도 납득이 어렵다.

신규철 한상총련 교육위원장은 “이 사업이 일몰제 즉, 한시적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성장과 혁신이라는 정책목표를 이루기는 커녕 종합대책 이전보다 더 절박해진 상황에서 한시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멈춘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일몰제 정책들을 수차례 연장하면서 대기업을 지원했던 선례와 대비해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환 지역사랑상품권 부천지역본부장은 “지역화폐를 반대하는 세력은 단순한 반대가 아닌 목적을 가진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역화폐가 활성화되면 수혜를 받지 못하는 대기업과 신용카드사, 중앙은행 등의 입장을 대변하는 처사라는 얘기다. 한 본부장은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소상공인을 살릴 지역사랑상품권이라는 플랫폼을 가진 국가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기재부가 기어이 지역화폐를 고사시키려는 의도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누구를 대변하려 하는 것인가를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재부의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삭감 내용이 국무회의에서 논의를 거쳤을텐데, 청와대에서도 이에대한 문제제기가 없이 통과됐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양준호 인천대학교 교수의 지적,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고 자영업·소상공인을 챙기겠다고 약속했던 청와대 또한 새겨들어야 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의 내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는 기재부의 계획은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지역사랑상품권 도입 후 지역내 소비가 늘었다
• 관련기사 ㅣ “지역경제 동력 ‘지역화폐’ 예산 삭감해선 안돼”
• 관련기사 ㅣ 지역경제 살린 지역화폐 예산 삭감 바람직한가
• 관련기사 ㅣ 지역화폐 넘어 ‘지역 공동체 부 구축’ 전략으로
• 관련기사 ㅣ 저금리 시대에 무조건 이득 ‘지역화폐 재테크’
• 관련기사 ㅣ 낡은 통계 비현실 이론…지역화폐 무용론 오류
• 관련기사 ㅣ 과거·부실한 자료로 지역화폐 폄훼한 조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