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28일 KT혜화타워 앞에서, 지난 25일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고개 숙였다. <사진=뉴시스>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날 이원욱 국회 과방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 조경식 과기부 2차관이 참석한 간담회에서도 거듭 고개숙여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발생한 유무선 인터넷 통신장애의 후폭풍이다.

이날 KT는 고객보상 약관과는 별개로 보상책을 마련하고, 보상 관련 약관의 내용을 개정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마땅한 조치다.

앞서 참여연대는 현재 통신사들의 약관이 연속 3시간 이상의 통신불통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 불통 시간이 40여분 남짓이었기 때문에, 약관에 따라 배상할 수 없다는 판단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참여연대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연속 3시간 이상의 불통이라는 기준이 온라인 시대를 반영하지 않아 고객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은 쉽사리 설명할 수 있다. 조속한 약관 개정이 필요하고, 이번 불통사태로 소상공인을 비롯한 고객들이 입은 손해에 합당한 배상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아현국사 화재 당시에도 KT는 약관과 별개로 소상공인과 개인가입자에게 일정금액을 배상해준 바 있다. 당시 방통위의 조율로 통신3사의 약관에서 피해보상 범위가 확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3시간의 기준이 아직도 남아있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약관법에 따른 신고나 집단소송이 있기 전에 통신사들이 스스로 불공정한 약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KT 내부에서도 아현화재나 이번 불통사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KT새노조는 25일 논평을 통해 “아현국사 화재 사태를 겪고도 통신기업으로서의 근원적 성찰의 기회를 날린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는 게 중론”이라고 스스로 비판에 나섰다.

특히, KT의 설비투자액이 타 통신사에 미치지 못했다며 “늘어난 게 있다면 경영진들의 성과급 뿐이라는 자조”가 있다면서, “이사회에 아현화재 이후 경영진에게 주식으로 지급된 장기성과급을 전액 환수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내부에서까지 날선 비판이 제기된 만큼, KT 경영진은 하루빨리 책임있는 자세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소비자 피해보상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하청업체에 책임 떠넘기기식 해법을 내놓아선 안되겠다. 올해 4월 유튜버 잇섭이 폭로한 인터넷 속도장애 사태 당시에도 설치기사 등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이번에도 KT가 사태의 책임을 협력업체에 떠넘길 것이란 풍자가 나돌고 있다.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이런 의혹에 휩싸인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내 보일 필요가 있다. 집단소송을 비롯한 고객들의 행동이 더욱 거세질 상황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한 KT의 쇄신이 시급하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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