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그러나 아무리 수비하려고 해도 가끔은 입의 바로 밑의 턱 부분(chin)에 정통으로 펀치를 맡기도 하는데 이것을 영어로 ‘take it on the chin’이라고 표현한다. 정통으로 턱에 강펀치를 맞고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하는 투지를 묘사하는 이 본래의 뜻이 은유 확대되어 ‘to endure some hardship, setback, or defeat, especially with stoic courage or poise(어떤 어려움이나 좌절 혹은 패배를 의연한 용기와 침착함으로 견디어내다)’의 뜻으로 잘 쓰인다.

이 표현은 스포츠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 예를 들어 어느 팀이 이전 경기에서 참패를 당했는데 선수들이 낙담하지 않고 그것을 감내하고 다음 경기에서 힘을 합쳐서 승리했다면 팀의 주장이 인터뷰 때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한다.

We had a devastating loss but we didn’t let down ourselves. We took it on the chin and practiced harder for the next game. This win proves that this team is so resilient.(우리는 참패를 당했지만 좌절하지 않았어요. 감내하고 다음 경기에 대비해서 더 열심히 연습했어요. 이번 승리가 이 팀이 정말 회복력이 강한 팀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복싱 선수들은 진실로 대단한 인내의 소유자들이다. 상대 선수로부터 수많은 펀치를 맞고 유혈이 낭자하는 부상을 당하고도 인내하는 투지가 정말 놀랍다. 이 끈질긴 인내와 강인한 투지의 바탕에는 두둑한 맷집이 있다. 그래서 복싱 선수들은 펀치력을 기르는 훈련은 물론 맷집을 기르는 훈련도 한다. 맷집은 한마디로 매를 견디어내는 힘을 뜻하는데 선수마다 타고난 힘과 정도가 다르다. 선수들 중에는 아무리 맷집 훈련을 열심히 해도 가벼운 펀치라도 정통으로 턱에 허용하면 쉽게 충격으로 휘청거리는 선수가 있는데 이런 약한 턱을 ‘glass jaw(유리턱)’이라고 부른다. 이 뜻이 은유 확대되어 ‘vulnerability of a public figure or organization to destructive criticism(공인이나 단체가 공격적인 비판에 취약함)’의 뜻으로 널리 쓰인다.

2014년에 출간된 책으로서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있다. 위기 관리 컨설턴트이면서 회사 설립자인 Eric Dezenhall이라는 저자가 쓴 책의 제목이 ‘Glass Jaw’이다.

Glass Jaw: A Manifesto for Defending Fragile Reputations in an Age of Instant Scandal (유리턱 현상: 즉각적인 스캔들의 시대에 취약한 평판을 방어하기 위한 선언)

저자는 왜 이 책의 제목을 ‘Glass Jaw’라고 했을까? 정보화 시대에 기업이나 개인이 공격적인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부정적인 공격을 당하고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즉 어떻게 맷집을 길러야 하는지를 안내한 책이기 때문이다.

‘glass jaw’는 정치인과 같은 공인 관련 언급이나 평가에도 널리 쓰인다. 복서들이 상대방의 강펀치를 견디는 맷집이 있어야 하듯이 정치인도 정적으로부터의 악질적인 네거티브 공방을 때로는 노련하게 때로는 의연하게 대처하고 견디는 맷집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후보들 중 자신이 생각하기에 추문과 인신공격에 가장 취약한 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이 표현을 활용해서 다음과 같이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I think that he has the biggest glass jaw among the candidates. He is so vulnerable to scandal and destructive criticism.

어느 기업이 과감한 투자로 새 상품을 야심 있게 기획해서 출시했는데 인기를 끌지 못해서 위기에 이르렀다면, 복싱 경기에서 은유 확대된 ‘on the ropes’를 활용해 표현할 수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예를 들어서 이틀 연속 시험 공부 때문에 잠을 거의 자지 못하면서 밤늦게까지 공부한 후 지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I feel punchy after staying up late in the night for exams for two straight days.

복싱 경기 중 상대로부터 타격을 많이 당해서 충격을 받게 되면 로프에 기대게 된다(on the ropes). 이 뜻이 은유 확대되어 ‘close to defeat(패배에 거의 이른)’의 뜻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서 어느 기업이 과감한 투자로 새 상품을 야심 있게 기획해서 출시했는데 인기를 끌지 못해서 위기에 이르렀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Since the disastrous release of their new product, the company has been on the ropes.

로프에 기대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선수에게 그 회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만큼 큰 축복이 없을 것이다. 이 상황을 영어로 ‘saved by the bell’이라고 하는데 이 본래의 뜻이 은유 확대되어 ‘to save someone from difficulty or misfortune by some intervention at the very last moment(마지막 순간에 어떤 간섭이 일어나서 누군가를 어려움이나 불행한 일에서 구해줌)’의 뜻으로 잘 쓰인다.

예를 들어서 학창시절에 가끔 일어나던 일인데, 잘못을 저질러서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고 벌을 받을 뻔했는데 누군가가 교실 문을 두드리며 선생님을 찾아온 덕분에 그 위기를 모면했다면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I was about to get scolded and punished by the teacher, but then someone knocked on the door. I was saved by the bell.

거의 녹다운(knock out) 당할 위기에 행운의 종이 울려서 자기 코너에 가게 되면 1분의 휴식 시간 동안 정신을 차리고 회복할 시간이 있다. 자기 코너(in my corner)에서는 모두가 자기편이 되어서 극진히 돌봐 주고 도움을 준다. 이 표현의 상황적 뜻이 확대되어서 ‘giving someone support on his or her side(자기편이 되어 도와줌)’의 뜻으로 잘 쓰인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많이 떨리는데 친한 동료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다는 뜻을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Quite frankly, I feel a bit nervous about the presentation, but I feel strong because you are in my corner. (중기이코노미 객원=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창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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