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지 위에 먹과 아크릴 물감, 흙과 콩즙 같은 이질적인 재료를 섞어 작품을 해온 민재영 작가의 ‘생활의 발견’전이 오는 28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전경.<촬영=조영하, 성곡미술관 제공>

민재영은 초기 작업시절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한 화면에 혼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를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대표적인 작품인 ‘내일이 오기 전 Ⅱ’(1999)은 수묵, 채색, 백토를 혼용해 도시공간 속의 일상 심리를 표현한 작업이다. 수묵으로 밑그림을 완성한 후에 백토로 대부분의 화면을 덮어 버리고 그 위에 채색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 시기의 작업들은 대도시의 상징인 콘크리트 건물의 혼탁하면서도 냉랭한 분위기를 배가시켜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는 ‘가로선의 중첩’이라는 표현법에 집중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약한 농담의 수묵 가로선은 마치 TV주사선을 연상시킨다. 이 시기 다뤘던 소재들을 보면 붐비는 지하철 객차 안의 승객들,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출퇴근 시간대의 극심한 교통체증처럼 도심 속 익명의 군상이다. 이런 소재들을 통해 도시생활의 전형성을 표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더 촘촘해지고 균일해진 가로선 신작을 선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은 마치 시대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이전 작품들보다 색채들은 더 자유로워보이고 수묵의 농담도 다양한 층을 구성하며 화면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대규모 벽화 드로잉은 먹의 농담으로 생성되는 즉흥성과 현장성이 돋보이고, 작가로서 오랜 시간 체득한 기법에 얽매이지 않는 대담한 필획이 표현의 폭을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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