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토끼의 숨이 멎기 전 마고가 나타났다’전이 오는 11월14일부터 24일까지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스페이스나인에서 열린다.

작가는 여성, 노동, 일상과 같은 키워드들이 주류 시스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나라 창세신화에 나오는 마고할미 여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가 직접 겪은 성희롱 피해의 경험을 마주하게 된 인간 마고할미들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작가의 지난 첫 개인전 ‘이곳에 데메테르가 있다’에 이은 두 번째 여신 탐구 이야기다.

인간 마고들의 이야기들은 주인공 중 한 명인 권영자 미싱 노동자와 김 작가가 직접 천에 손바느질로 한 땀 한 땀 새겨넣었다. 작가는 또 성희롱 피해의 경험을 대면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을 포함한 다질적인 면모들을 도자작품 약 50점 안에 그려냈다. 나무와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창작한 설치작품들도 함께 소개된다. 

김 진 작가는 도자예술로 미술에 입문했다. 캐나다 유학과정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하다 세부전공으로 도예를 택한 것이 인연이 됐다. 

작가는 “문화적, 인종적 경계에 서 있는 유학생의 입장에서 흙을 소재로 한 동양의 미술작업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깨닫게 되는 흥미로운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가 작업실로 둥지를 튼 곳은 철공소가 밀집한 공장지대였던 문래동 예술공단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자리를 잡은 그곳의 낯선 풍경은 실험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작가의 작업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그녀는 도자예술로 미술에 입문하긴 했지만 재료나 기법 면에서 다양한 표현방식을 추구하는 실험적인 작업에 더 큰 매력을 찾았다. 그래서 작업을 보면 설치미술이나 스토리가 있는 커뮤니티 아트작업이 주를 이룬다. 

2019년에는 ‘문래창작촌 지원사업 MEET 프로젝트’에서 ‘이곳에 데메테르가 있다’라는 작품이 선정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Demeter)’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커뮤니티 아트작업과 설치작업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사회에서 여전히 부족한 여성의 서사에 관심을 갖고 있고 그와 관련된 목소리를 담는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