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정치 초년생과 다를 바 없는 그가 오랜 정치관록을 가진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최종 후보로 되었다는 사실은 놀랄만한 일이다. 여당 후보나 출마를 선언한 다른 후보와 견주어 보더라도 4개월 남짓 남은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이제 검찰총장 퇴임 직후 대권으로 직행하는 정치 행보가 옳은가하는 논쟁은 별 의미가 없어졌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경선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박수 받을 일보다는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정치 초년생을 단번에 제1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든 힘이 무엇일까 의문이 생긴다.

잦은 말실수는 습관의 발현이라기보다는, 인식의 부재나 철학의 빈곤에서 비롯된 산물이다. 주 120시간 노동이 가능한 사회, 이것은 노동시간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법의 존재가치 문제다. 없는 사람들 위해 부정식품 단속을 느슨하게 해야 하고, 손발(육체)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저렴한 노동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과거 보수정권 성장론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정치 논리가 횡행하는 사회라면, 값싼 노동에 내몰린 국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건 값싼 불량식품이 전부다. 그래서 사회적 경제공동체를 내걸었던 유승민 후보나 경제대개혁을 내걸었던 홍준표 후보와 비교해 보더라도 경제공약에서 윤석열 후보가 뛰어난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새로운 정치인으로서 신선함보다 비리 의혹과 논란이 도드라져 보이는 윤석열 후보. 그래서 청렴과 도덕성의 우위가 후보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당내 경선에서 ‘윤석열의 선택’은 대통령으로서 준비된 공약이나 도덕성이 우선됐다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선명하게 설 수 있는 사람, 이명박·박근혜 정권 몰락의 앙갚음을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의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심이 민심을 뒤집는 결과는 이런 반증이기도 하다. 반문재인 전선의 선봉에 서겠다는 후보와 일부 정치세력의 복수의 열망, 이런 이해관계의 접점으로 윤석열 후보가 제1야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면, 이는 역사의 퇴행이고 ‘국민의힘’이 아니라 ‘노인의힘’이라는 조롱을 들어도 싸다.

윤석열 후보는 이제 본선 무대에 올랐다. 야당 대선 후보로서 현 정권을 비판하는 건 탓할 바 못된다. 그러나 비판을 넘어서는 대안도 보여줘야 한다. 반문재인 정권의 선봉장이 되겠다는 포부는 당내 경선에서는 먹혔을지 모르지만, 본선에서 필요한 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집권 구상이다. 상대 후보의 의혹에 구속을 운운하면서, 본인과 가족들의 각종 의혹에는 정치공세이고 치졸한 정치보복이라는 건 억지다. 본선에서 국민들이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 싶은 건은 도덕성과 정직이고, 기대하는 것은 현 정권을 넘어서는 정치 비전이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도덕적 우위나 박수 받을만한 정치적 혜안을 보여주지 못했다. 본선에서 그 빈칸을 채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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