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폐점매각 저지 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MBK파트너스피해사업장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자료=대책위>

자기 자본이 아니라 인수기업을 담보로 천문학적인 빚을 내서 인수한 후, 그 빚을 갚기 위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자행해 노동자를 쫓아낸다. 이후 몇년간 핵심자산을 매각하고 고배당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후, 엄청난 차익을 남겨 팔고 빠져나가는 방식. 지난 11일 홈플러스 폐점매각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개최한 MBK파트너스피해사업장 증언대회에서 피해 파업장 노동자들이 주장한 아시아 최대의 사모펀드 MBK의 얘기다.

한정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사모펀드는 M&A(인수합병)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한다. 사업의 목표가 수익의 극대화이다 보니, M&A한 기업을 하나의 상품으로 볼 뿐, 진정 기업을 성장시켜 이를 통한 이윤 추구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인수자금 7조2000억원 가운데 5조원 가량을 기업 담보로 차입했다. 두산공작기계는 1조1308억원 가운데 9000억원 가량을 기업을 담보로 차입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인수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은 약 1조2635억원, 이는 해당기간 영업이익 합계인 9711억원보다 2924억원이나 많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 후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직영직원 4500여명, 협력직원 4400여명 등 총 9000여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2018년 말에는 보안업체를 비롯한 외주업체 4곳과 계약을 일시에 해지하면서 1800여명을 한꺼번에 줄이기도 했다고 한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이후 6년간 매장과 부지, 부동산을 매각해 무려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MBK는 현재까지 부천 상동점, 수원 영통점, 인천 작전점, 경북 칠곡점, 안산점,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부산가야점 등을 매각했다.

M&A를 통해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기를 바라기는커녕 사모펀드의 사냥감이 된 기업의 노동자들과 입점상인들은 실직과 폐업에 대한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사모펀드의 먹튀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MBK만 하더라도 홈플러스 뿐만 아니라 두산공작기계, 딜라이브, 코웨이 등을 같은 방법으로 인수 후 매각했다. 2016년 K3파트너스의 카페베네 인수,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도 유사한 패턴을 보여왔다.

이를 봐왔던 탓인지,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는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가맹본부가 인테리어에만 신경을 쓰고 과도하게 광고를 진행하고 있어, 사모펀드에 팔기위한 기업 이미지 부풀리기를 하려는것이 아닌가 한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사모펀드는 분명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그간 기업사냥꾼 특대형 부동산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자정의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인수대상 기업 구성원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지속가능한 성장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하루빨리 투기자본 규제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국회가, 정부가, 사모펀드 투자자에 대한 논의는 하면서 대상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는 논의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때 인수자금 내 차입규모를 일정한도 내에서만 허용하는 등의 규제 장치가 시급하다. 여기에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과 금융기관들이 무분별하게 사모펀드에 투자하지 않도록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해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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