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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 문어발식 지배, 책임경영 어려워

공정위 “제도 장치는 완결적으로 구비, 실질적 지배주주 견제 미흡 한계”

기사입력2021-12-02 15:17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위는 올 한 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가 늘어나는 등 소수주주 권리가 대폭 신장됐다면서도, 총수일가가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다수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제도적 장치는 보다 완결적으로 구비되고 있는 반면, 실질적 운영 측면에서는 여전히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에 미흡한 부분이 상당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 결과에는 상반된 정보가 담겼다. 분석의 핵심은 대기업집단에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는 지배구조가 확립됐느냐다. 공정위는 “사외이사·감사위원·내부 위원회 등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완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실질적 운영 측면”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조사대상은 62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2218개 회사였다. 이들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5월1일부터 올해 4월30일 사이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 이사회 구성 및 작동 현황, 소수주주권 작동 현황 공개 여부,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 감사위원 분리선출 현황, 이사회 내 ESG위원회의 구성 및 작동 현황 등을 분석했다.

조사결과 대기업집단의 총수 본인은 1인당 평균 3개 회사에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그 중 5개 집단(SM 12개, 하림 7개, 롯데 5개, 영풍 5개, 아모레퍼시픽 5개)의 경우 총수 1명이 5개 이상의 계열사에 등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를 이에 대해 “책임 있는 경영이 이뤄지기 어려운 지배구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증가, 전자투표 등 제도 장치 확대=사외이사의 경우,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 274개는 대부분 관련 법상 최소 선임 기준을 충족해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 한 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인 97.9%를 기록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역시, 올해 감사위원 선출 수요가 발생한 상장사 153개사(49개 집단) 모두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에 부합하게 감사위원을 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에버다임(3인), 케이씨씨(2인), DB금융투자(3인), 유진투자증권(2인) 등 4개사는 법상 최소요건보다 많은 2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역시 관련 법상 최소 기준보다 더 많이 설치했고, 집중·서면·전자투표제를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216개사(78.8%)로 지난해(147개사)보다 크게 늘었다.

◇총수일가 이사 등재,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집중=이같은 제도 기반의 조성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우려를 표한 이유는 주로 총수일가의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가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규제대상이나 사각지대 회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전체의 56.3%에 달했다. 사각지대 회사 역시 20.9%에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반면, 규제대상이 아닌 회사 중에서는 8.1%에 그쳤다.

총수일가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경우 역시 사익편취 규제대상이나 사각지대 회사에서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15.5%, 사각지대 회사의 8.9%에서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반면, 비규제대상 회사의 비율은 3.6%에 그쳤다.

계열사 퇴직 임직원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한 경우 46건 중 사익 편취 규제 및 사각지대 회사는 36.9%에 달했다.

운영 측면에서도 이사회 상정 안건의 대부분이 원안 가결(99.62%)된 가운데,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상품·용역거래 한정) 안건(341건)의 경우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대규모 내부거래 중 단 한건을 제외한 340건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고, 안건에 수의계약 사유조차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72.4%에 달하는 등 실질적인 심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올 한 해 전자투표제를 도입·실시한 회사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전자투표제를 통한 소수주주의 의결권 행사 주식수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소수주주 권리가 대폭 신장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등기임원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다수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총수일가 미등기임원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또는 사각지대 회사에 집중적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총수일가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재직하면서 권한과 이로 인한 이익은 향유하면서도, 그에 수반되는 책임은 회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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