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가격 상승 절반도 납품가에 반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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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가격 상승 절반도 납품가에 반영 못해” 공정위, 하도급 납품업체 10곳 중 4곳 이상 ‘50% 미만 반영’

기사입력2021-12-16 15:43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하도급 납품업체 10곳 가운데 4곳 이상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절반 이하를 납품가에 반영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용역·건설업의 원사업자 1만개와 수급사업자 8만3972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하도급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20년 한해 동안의 하도급거래를 대상으로 했다.

이중 수급사업자 3828개에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납품가 반영 정도를 물은 결과, 응답기업의 17.1%는 ‘전부 미반영’이라고 답했다. ‘50% 이하 반영’은 29.9%로, 납품업체의 47.0%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전부 반영’은 36.0%, ‘50% 초과 반영’은 17.0%였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원자재 가격 상승 반영이 미흡한 업종을 중심으로 하도급 단가 조정협의를 활성화할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하도급대금 조정제도의 인지도 및 활용도가 점차 증가했지만, 적극적인 홍보 등을 통해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도급분야 구두계약 관행 여전”=계약서면의 교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원사업자의 64.3%는 모든 하도급거래에서 서면계약서를 작성·교부한다고 응답했다. 수급사업자는 85.3%가 모든 하도급거래에서 계약서면을 교부받았다고 답했다.

하도급계약이 구두로 체결된 경우, 수급사업자로부터 계약내용 확인을 요청하는 서면을 받았다는 원사업자는 9.3%로 이전해(7.1%)보다 늘어났다. 해당 서면을 발송했다는 수급사업자 역시 13.7%(이전해 12.4%)로 앞선 조사보다 늘어났다.

공정위는 “하도급 분야에서 구두계약하는 관행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구두 계약시 수급사업자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인 계약추정제도의 활용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원사업자의 61.6%, 수급사업자의 87.2%가 모든 하도급거래에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종에서 표준하도급계약서 전면 사용 비율(원사업자 응답 기준)이 98.1%(이전해 97.2%)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제조업은 63.3%(이전해 65.3%), 용역업은 56.5%(이전해 63.2%)로 나타났다.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표준하도급계약서 내용이 업무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원사업자 기준 33.3%)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공정위는 “건설업의 경우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률이 개선되고 있으나, 제조업 및 용역업에서는 보급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하도급대금 현금성 지급비율 감소=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현금이나 만기 1일 이하 어음대체결제수단으로 결제한 비율은 75.6%로, 이전해(83.7%)보다 감소했다. 상생결제시스템 등을 포함한 현금성 결제비율 역시 84.7%로 1년전(93.5%)보다 감소했다.

원사업자가 하도급법상 법정 지급기일인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한 비율(원사업자 응답기준)은 90.0%(이전해 87.3%)로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코로나19 등의 환경 속에서도 법정 지급기일 준수 비율이 다소 개선된 것은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현금 또는 현금성 결제 비율이 낮아진 부분은 원사업자의 어음 사용으로 많은 수급사업자들이 대금 관련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케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와 그간의 신고, 익명제보, 분쟁조정 결과, 언론보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하도급거래 질서 확립이 시급한 분야에 대해 적극적·선제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도급 대금미지급에 대해서는 신속한 향후금지명령, 대금 조정협의 명령 부과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며, 계약 후 원자재가격 인상시 대금 조정과정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납품대금 협의 조정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제도를 개발·추진할 예정이다.

또 현장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표준하도급계약서 보급과 적용 확대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