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15일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참석해 사익편취 논란에 대해 직접 소명했다. <사진=뉴시스>

최태원 SK 회장의 사익편취 여부를 두고 논란을 이어온 SK실트론 사건이 과징금 16억원 부과로 결론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최태원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공정거래법이 정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5일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참석해 사익편취 논란에 대해 직접 소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기업 총수가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최초여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직접 소명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제재를 피하지는 못했다.

SK㈜, 실트론 29.4% 인수기회 포기…사익편취 논란

SK㈜는 지난 2017년 1월 LG가 보유한 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했다. 이후 지분율을 70.6%까지 늘렸는데, 잔여주식 29.4%의 인수 기회를 포기했다. 이후 29.4%의 지분은 최태원 회장이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익편취 논란이 발생했다.

공정위는 SK㈜가 “잔여주식 29.4%를 자신이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최태원 회장이 취득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수기회를 합리적 사유 없이 포기하고 최태원의 잔여주식 취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자신의 사업기회를 제공한 사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SK㈜가 “앞선 51% 및 19.6%의 주식취득 과정에서 이 건 잔여주식 29.4% 인수는 ‘추후 결정’하기로 내부검토”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이 인수 의사를 2017년 4월14일 내비치자, “이사회의 심의를 통한 합리적 검토 없이 대표이사 장동현이 SK㈜의 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을 문제삼았다.

이사회의 심의가 없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공정위는 SK㈜가 “당시 자신의 사업기회를 대표이사이자 지배주주가 취득하려 하는 이익충돌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이 경우에 관한 상법상의 의사결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상법은 회사와 이사 사이의 이익충돌 사안에 대해서는 가장 중립적 기관인 이사회를 개최해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관점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SK㈜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잔여주식 취득 입찰에 참여한 이후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2차례 보고하는 형식을 갖췄다. 이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이는 사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보고 형태였다는 점, 동의가 아닌 ‘충분한 이해’에 불과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사회 승인’과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최태원 회장에게 돌아간 이익은 “부당한 이익”이라고 결론내렸다. 회사로 돌아갔어야 할 이익임에도, 최태원 회장이 “회사의 동의(이사회의 승인)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이를 위법하게 이용해 자신에게 귀속시켰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공정위는 상증세법에 따를 경우 최태원 회장이 취득한 주식 가치가 2020년말 기준으로 2017년보다 약 1967억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추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사업기회 제공행위와 사실상 동일한 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상법 상 ‘회사기회 유용금지’ 규정이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규정을 적용한 소송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사실상 최초로 제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회사가 대주주 등과의 이익충돌 상황에서 사업기회를 포기하고자 할 때는 “①이사회와 같은 적법한 기관이 ②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상황에서 ③이사들이 충실의무에 기초해 합리적 판단을 내릴 경우에는 합리적 경영판단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SK㈜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필요한 조치 강구”

이번 공정위 제재에 대해 SK㈜는 “그동안 SK실트론 사건에 대해 충실하게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15일 전원회의 당시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SK실트론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은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 등이 이번 결정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잔여 지분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은 해외 기업까지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힌 참고인 진술과 관련 증빙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공정위의 보도자료 내용에 대해서는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심사보고서에 있는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이는 공정위 전원회의의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SK㈜는 “의결서를 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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