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과 투자 주요 대상국인 중국이 다양한 리스크로 경제가 둔화되면서,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도 앞으로의 향방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로컬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치력이 부족한 우리 기업을 위한 공동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우리 기업 스스로 높은 가치와 브랜드 파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중국의 대외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중국 3개 지부와 공동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을 조사해, 이러한 내용의 ‘중국 진출 우리기업의 경영환경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中 진출기업, 2022년 사업실적 개선 기대=중국은 현재 헝다그룹 등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고, 전력난으로 산업생산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돼 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생산차질이 발생하면서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최근 성장세가 둔화돼, 올해 2/4분기 7.9%였던 성장률이 3/4분기에는 4.9%로 크게 위축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 성장률이 1% 낮아지면 국내 성장률도 0.1~0.15%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무역협회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업체 총 1600여곳을 조사한 결과, 우리 기업들은 2021년 중국에서의 사업 실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2022년에는 사업실적을 다소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지수는 2021년 각 90과 83에서 2022년 107과 103으로 각각 상승해, 내년도 사업실적 개선을 예상한 기업이 더 많았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은 향후 1~2년간 중국 사업에 대해 ‘현상유지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향후 1~2년간 對중국 사업에서 확대해야 할 분야는 ‘판매 기능 확대’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사업실적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을 ‘매출’로 인식하고 있었다. 사업실적을 개선시킬 요인 중 매출관련 비중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56.3%와 50.8%를 차지했다. 반면 사업실적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 중 비용 관련 비중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48.2%와 45.9%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생산자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 비용을 통제하고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이 사업실적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컬업체에 앞설 가치와 브랜드 파워 필요=대중국 사업을 제약할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로컬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중국 현지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됨에 따라 한국제품과의 가격·품질 차이가 축소되고, 이로 인해 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서 매출·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대기업들이 중국의 생산기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사드 보복을 제외하고는 현지시장에서 경쟁 격화에 따른 가동률 부진과 수익성 하락이 원인인 것만 봐도 로컬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우리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로컬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에 앞설 수 있는 가치와 브랜드 파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규제·제재에 대응할 공동협력체계 마련해야=우리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전력사용 제한 등 대내외적 리스크는 기업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우리 기업(73.6%)들은 최소 2022년 하반기가 돼야 중국 경제가 코로나19로부터 회복돼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대부분의 기업(81.7%)들은 중국 경제가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되더라도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기업(86.6%)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최소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봤다. 또, 절반 이상의 기업(55.8%)들은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전력사용 제한이 ‘현상 유지’하는 수준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사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사업 이전 및 철수 의향은 3.8%로 낮게 조사됐다. 제조시설과 판매채널에 대한 막대한 투자, 주요고객과 협력사, 직원 숙련도 등 각종 이슈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소비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내수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보고서는 “정치적 압력이 높아질수록 나중에 진입해 정치적 자산이 미약하고 투자금이 적은 기업이 먼저 중국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적 자산이 부족한 우리 기업을 위해 현지 정부의 규제와 제재에 대해 공동 협력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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