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노조가 사회적 합의로 이뤄낸 택배 요금 인상분을 사측이 과도하게 가져갔다는 이유로 오는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 24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택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를 견뎌내는 두번째 해가 저물어간다. 온라인 쇼핑 증가로 가뜩이나 늘어난 택배물량에, 연말연시로 택배기사들은 더욱 분주한 시기다. 이러한 때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28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해부터 누적 21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등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드러나면서 택배회사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지난 6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정부와 여당, 택배사업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등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합의 내용은 과로사의 원인이 되는 분류작업 인력투입, 택배요금 인상, 노동시간 주 60시간 제한, 표준계약서 작성 등이다.

국민 앞에 약속한 사회적 합의였지만, 사회적 합의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혹은 회사의 이윤을 넘어서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깨졌다.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사회적 합의의 핵심약속 중 하나인 분류작업 인력투입을 위해 택배요금을 인상했다면서, 택배노동자로부터 분류비용 명목의 수수료를 수취해갔다. 이를 통해 우정사업본부는 연 약 800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게 된다는 것이 택배노조의 주장이다.

CJ대한통운 또한 분류비용을 이유로 올해 4월부터 택배요금을 건당 170원 인상했지만, 이중 58원 가량만 분류비용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영업이익으로 챙겼다. 이 비용이 약 3481억원이다. 그러면서 택배노동자에게 지급할 수수료에서 51원을 분류비 명목으로 차감했다고 한다. 이같은 회사의 행위는 “택배노동자의 목숨값으로 배 채우는 행태”라고 택배노조는 비판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에서 약속한 표준계약서와는 별도로 노예계약서 수준인 부속합의서를 강요했다고도 주장한다. 부속합의서에는 ‘당일배송’, ‘주6일제’, ‘터미널 도착 상품 무조건 배송’ 등 과로를 유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택배노조는 ▲택배요금 인상금액 공정한 분배 ▲30년간 단 한 번도 인상 안 한 급지수수료 인상 ▲별도요금 폐지 ▲집하수수료 차감 폐지 ▲노예계약서인 부속합의서 철회 ▲산업재해 유발하는 저상탑차 대책 마련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택배산업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이 10조7811억원으로 전년대비 3.5%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3253억원으로 전년대비 5.9% 늘어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경총은 각 택배사가 사회적 합의에 따른 비용 투자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하지만, 그동안 열악한 조건 속에서 회사의 성장을 뒷받침해온 택배노동자들은 이제, 그 성장의 결실을 인간적인 노동조건에 투자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나치지 않은 요구다. 이 때문에 택배회사들도 사회적 합의라는 약속을 국민 앞에 보여준 것이다. 연말 택배대란의 책임을 택배회사가 수습하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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