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0022, Oil On Canvas, 97.0×145.5, 2009

우리는 세상을 여러 가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개인으로부터 시작해 내가 속해 있는 집단, 사회, 국가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거나 타협하려 한다. 사회 구조 속에 속해 있는 우리들은 확실히 분리되거나 그렇지 않은 공간 안에 놓여 있다. 작게는 주변의 실내 공간에서부터 국가나 주소로 구분되어 있는 동일한 공간 안의 모호한 경계 속에 속해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결핍된 사회에서 개인의 내면은 현대의 건축물처럼 경직되고 단절된 개인적인 공간에 묻혀있게 된다.

현재의 과도한 업무와 피로한 개인의 삶과 소비적인 문화, 20세기말과 다른 21세기초의 다른 문화들로 인해 나타나게 된 사회적인 병리현상들은 공간의 의미 변화 속에서 나타났고 증상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작가 노트 중)

01 four column, oil on canvas, 112.1×162.1cm, 2013

건축구조물의 회화적 해석과 비언어적 영역의 소통에 대해 

작가 이송의 작업은 구체적 사물이나 인물이 등장하는 형상 회화이면서도 동시에 추상 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그것은 인물들과 함께 배경으로 보이는 벽면의 공간이 어두운 색면이나 밝은 색면으로 표현되면서 건물 구조의 모양인지 회화 공간인지 모를 모호함을 유지하면서도 조형적 조합을 이루어 추상회화의 평면에서 오는 시그널과 유사하게 시각적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 속에 등장한 인물들이 묵묵히 주시하거나 상념에 빠진 듯 물끄러미 쳐다보는 이 공간들은 그러나 현실적 공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 사실적 표현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개의 색면이나 붓 터치가 만들어낸 이 공간들은 사실적 공간이라기 보다는 상징적인 상상의 공간이며 추상적 회화로 보이는 페인팅 공간일 뿐이다.

또한 침묵이 흐르는 듯한 인물과 그 주변의 상황들 속에는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으나- 서로 간에 상호작용하며 미묘한 분위기의 정서가 형성된다. 색채로 표현된 벽면의 공간은 하나의 심리적 기제로 작동하면서 건축 구조물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내면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주목하게 되는 것은 작가가 현대 사회구조 속에서 생겨나는 현대인의 내면의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인물들에서 부터가 아니라 컨텍스트의 구조인 벽면에 대한 회화적 해석에서부터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작업의 주제를 대상물에서 대상물 주변으로, 표면의 시각적 현상에서 내적 심리적 상황으로 환원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회화적 시도로 보인다. [미술평론가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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