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고조시켰다. 각국 정부는 탄소중립 선언에 이어 친환경 정책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녹색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패션산업계에서도 디자인, 생산, 판매, 구매 및 폐기의 전 과정에서 제기되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노동력 착취, 공동체 파괴, 환경오염, 동물학대 등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실현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윤리적 패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내놓은 ‘必환경 ESG시대, 패션산업 친환경 트렌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전략시장연구실 양지원 연구원은 미세플라스틱과 폐기물로 인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패션산업에도 ‘필(必) 환경시대가 왔다’며,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소비심리가 확산되고 있어 패션산업 내 친환경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rPET·비건 패션…친환경 대세=패션산업은 섬유 부문을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세계 해양오염의 34.8%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에서 생산한 합성섬유 세탁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산업 업계는 재고관리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류를 폐기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2018년 국내 일평균 의류 폐기물량은 2015년 대비 24.2% 증가한 181.7톤에 달하며, 2019년 국내 섬유, 의복 및 액세서리 산업의 연말 재고액은 7조5335억원을 기록했다.

중가제품을 주로 구입하던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가 품질이나 사회적 가치 추구, 감성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비싼 제품에도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패턴인 ‘트레이딩 업(Trading Up)’ 현상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패션산업에서도 친환경 트렌드가 대세다.

원료 생산단계에서는 환경영향을 줄인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rPET)의 개발과 생산이 한창이다. 글로벌 폴리에스터 섬유 생산 중 rPET 비중은 2030년 20%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효성, 휴비스, 도레이첨단소재 등이 rPET를 생산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존의 동물성 소재를 사용해 제작해왔던 패션 제품을 식물성 또는 합성 소재로 대체하는 ‘비건 패션(Vegan Fashion)’ 흐름도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등 해외에서 모피 판매 금지법을 제정하고 샤넬, 구찌와 같은 영향력 있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도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하면서 패션업계에서 동물성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비건 패션 여성의류 시장은 2019년 3963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으며, 2027년까지 연평균 13.6%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한원물산, 블루오브, 낫아워스, 네이크스 등이 비건 패션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염색·가공…환경오염 감소 노력=전체 패션산업의 가치사슬 중 염색 및 가공 단계가 특히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전 세계 폐수의 15~20%가 패션산업에서의 염색 공정에서 발생하며, 섬유 염색 공정에서만 기인하는 72종의 독성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염색 가공 공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고자 패션업계에서 염색기술 혁신과 자투리 원단 업사이클링이 이뤄지고 있다.

패션업계와 정부는 염색 가공 공정을 이전보다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천연염색, 물을 사용하지 않는 염색, 미생물을 활용한 염색 등 여러 대안을 모색 중이다.

또, 의류를 제작한 후에 필요한 원단에만 염색하는 기법인 ‘가먼트 다잉(Garment Dyeing)’이나, 섬유로 압출되어 실로 방적되기 전에 착색하는 기법 등 다양한 염색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0년 11월 발표한 ‘섬유패션산업 한국판 뉴딜 실행전략’에서 친환경 제조공정을 갖춘 그린&클린팩토리 조성을 위한 친환경 염색가공 및 환경오염시설 설비 전환 지원을 추진과제로 포함한 바 있다.

국내 친환경 섬유 염색 기업으로는 천연 염색 기술을 가진 세진텍스, ‘바르는 염색’이라 불리는 자기장 발생 원리를 활용한 염색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FS이노베이션, 이산화탄소를 매개로 염색하는 ‘드라이다이(Dry-dye)’ 기술을 국내에 본격 소개한 그루텍스 등이 있다.

◇친환경 흐름은 장기적으로 지속=보고서는 패션산업에서의 친환경 흐름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는 것이 아닌, 기업가치 평가와 정책적 요인이 더해진 ESG 경영 및 탄소중립 전환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간 전략적 협업을 통해 친환경 패션의 ‘디자인→원단 및 부자재 생산→옷 제조→유통→폐기’의 유기적인 전체 가치사슬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며 니어쇼어링(Nearshoring)의 필요성이 논의되는 만큼,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공동 기술개발 등 국내 기업 간 협업이 중요하다.

보고서는 또한 친환경 트렌드를 실속 없이 마케팅 요소로만 활용하는 경우 향후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환경주의)’ 사례로 적발돼 기업 이미지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패션산업의 친환경 정책을 위해서는 플라스틱을 포함한 일회용품 폐기 관련 제도를 명확히 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또한 친환경 소비시장이 큰 국가들을 중심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수출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지원이 요구된다. 또, 친환경 패션 관련 국제인증 획득과 낙후된 생산설비를 개선하는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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