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영향력이 무섭다. 전 세계를 연결하고 고도화된 사회를 주도하며 급부상한 이들은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국내 곳곳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MZ세대는 이제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직접 생산의 주체로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1980~1994년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의 앞 영문을 딴 ‘M’과 1995~2000년대 초 사이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한 세대를 의미하는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 또한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MZ세대가 SNS를 기반으로 소비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유통, 식품, IT 등 모든 업계에선 이들의 취향을 잡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집단보다는 개인, 가격보다는 취향”=일단 MZ세대의 소비라 하면,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키워드가 ‘플렉스(Flex)’다. 2030세대가 프리미엄 소비에 흔쾌히 지갑을 열며 새 흐름을 이끈 것이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MZ세대 특성상, 자신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일명 플렉스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며 트렌드를 바꿨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칠 대로 지쳐있는 이들에게 보복소비 열풍이 불며 명품 수요가 급증했다.

그 수혜자 중 하나인 호텔업계는 실제로 지난해 연말 그야말로 ‘대란’을 맞았다. 업계 관계자가 중기이코노미에 밝힌 바에 따르면, 코로나 2년째인 올해 호텔업계는 전년대비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는데, 외국인 관광객 등 해외 고객은 없었지만 그 빈자리를 MZ세대가 메웠다는 얘기다.

특히 가장 이목을 끌었던 부분은 ‘호텔 케이크 품절사태’였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5만원부터 25만원 수준에 이르는 호텔 케이크 구매 ‘인증샷’이 공유됐다. 한 유명 호텔에서 한정판으로 출시한 케이크는 25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매진됐다.

미래보다는 현재를, 가격보다는 취향을 중시하는 이들의 성향으로 인해 이러한 문화소비가 여타 다른 세대들보다 익숙하게 나올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MZ세대가 SNS를 기반으로 소비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유통, 식품, IT 등 모든 업계에선 이들의 취향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나의 신념을 담아”…미닝아웃 확산=주목할 점 또 하나는 단순 플렉스를 외치며 값비싼 물건을 구매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MZ세대는 소비에 ‘신념’을 담는다.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세지를 담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일명 ‘미닝아웃’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미닝아웃이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로, 종전에는 드러내지 않았던 정치적·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we all should be feminists)’고 쓰인 티셔츠를 구매하고 입은 것을 직접 자신의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즉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제품이라면 이를 구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소통한다. 본인이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비건…친환경 ‘착한 소비’=특히 MZ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깨끗한 환경과 자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소비가 2022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올해 환경을 위한 ‘착한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역시 이러한 소비행태에 발맞춰 사회공헌, ESG 경영, 친환경 기술·제품 출시 등을 새해 기업 경영철학으로 내세우며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려 한다.

실제로 무포장 및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 웨이스트, 동물성 원료를 넣지 않은 상품을 구매하는 비건 소비 등을 실천하는 이른바 ‘제비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들에게 쓰레기를 줄이고 동물과 환경에 해를 끼치는 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신념 하에 이뤄지는 제품 구매행위는 곧 의식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국내 첫 제로 웨이스트 매장으로 출범한 ‘더피커(thepicker)’ 이후 해당 종류의 상점은 지난해 전국적으로 확산돼 착한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상점을 비롯한 카페, 단일품목 리필 매장 등 전국 120여개의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 운영 중에 있다.

관련해서 유통업계 역시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불필요한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나타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확연히 피부로 와닿을 만큼 선물 트렌드가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템들을 고민하는 추세다. 이와 연계된 제품의 매출이 앞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해 본다”고 전했다.

식품업계 또한 생산이나 유통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 노력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무려 3분의1 가량이 식품의 재배·생산·운송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나면서부터다. 아울러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부터 식물성 대체식품, 동물복지 인증제품 등 지속 가능한 먹거리 등도 잇달아 선보이며, MZ세대 공략에 적극적이다.

이렇듯 단순히 유행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경제 및 문화 활동의 공간을 새롭게 확장하고 영향력을 키우는 MZ세대. 각종 유행과 열풍을 선도하는 것에서 나아가 ‘새 시대의 시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MZ세대에 사로잡혔다. 중기이코노미 신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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