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코로나19 같은 도전과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글로벌 패권 경쟁의 중심은 과학기술이 됐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한 기술 블록화, 탈동조화에 대응하는 기술주권 확보전략 기조가 강화되는 추세다. 이처럼 변화되는 무역질서 속에서 한국도 실리 있는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유지영 과학기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6일 개최한 ‘2022 新통상 이슈 전략’ 세미나에서 ‘기술-통상 의제와 대응의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 관점에서 볼 때 20세기까지는 안보와 경제의 체제를 엄격하게 분리해 왔다면, 최근에는 중국이 군사력과 경제력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어 기술혁신의 관점에서 안보와 산업정책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유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혁신과 통상 정책과의 접점을 ▲R&D 투자 ▲표준화 ▲혁신환경 조성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R&D 투자=유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나타나는 뚜렷한 정책 동향 중 하나는 특정 산업에 대한 전략적인 R&D 확충이다. 미국의 혁신경쟁법에 포함된 5G 네트워크나 반도체 관련 R&D 확충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일본도 경제안전보장전략을 통해 첨단 과학기술 투자 및 첨단 반도체 국내 투자 지원정책에 나섰다. EU 또한 전략적 자주성을 강조하면서 최근 반도체 산업 등에 대한 대대적인 R&D 투자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유 부연구위원은 한국도 필요한 경우 전략적 R&D 투자를 확충하되, 잠재적 통상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외교적 협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준화=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디지털 기술의 특성은 ICT분야의 개별요소 기술보다는 기술요소들의 총체적 집합체에 대한 표준화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2차전지 분야의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가진 2차전지의 셀 단위, 모듈 단위의 기술력을 넘어 중대형 2차전지 표준화와, 이를 활용할 전기차 시장에서의 안전성 시험 및 평가방법 등에 대한 국제표준화에 참여하는 노력이 보강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 부연구위원은 최근 탄소중립 등을 이유로 확산되고 있는 무역장벽 대응을 위해서라도 정부 주도의 구심점 있는 표준화를 위한 노력과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표준화와 함께 보안 및 안보 대응도 중요하게 다룰 문제다. 지식재산권 및 기술탈취 이슈를 안보화해 수출통제 등의 제재조치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와 신중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혁신환경 조성=혁신환경 조성과 관련해 유 부연귀위원은 디지털 분야의 민관 협력과 중소기업 디지털 혁신의 촉진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네트워크 분야 민관 컨소시엄인 ‘Next-G 얼라이언스’나, EU의 ‘5G PPP’ 등과 같은 조직은 정부의 전략과 민간의 기술력 및 시장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민관 협동이 전략적 R&D 확충이나 공급망 관리정책 구축, 디지털 기술표준 개발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서의 성공을 위해 꼭 대기업일 필요는 없다’는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 중소기업의 혁신 촉진은 많은 국가들의 관심사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중소벤처기업들은 기본적인 디지털 인프라 및 다양한 디지털 도구의 구비부터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정부 지원정책은 설비 및 인력지원 보조금 형태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제통상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 기반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통상 협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세부조항에 대한 지원 수요를 반영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 유 부연구위원의 얘기다.

특히 올해는 보건, 환경, 인권 등의 이슈와 연계돼 무역 조치들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무역 조치들의 세부 쟁점을 검토하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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