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네덜란드의 모나리자=‘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현재 네덜란드 마우리츠호이스(Mauritshuis)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페르메이르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17세기 화가로, 그가 죽은 후 19세기 중반에야 그의 그림이 인정받았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약 1665년, 캔버스 위에 유채, 46.5×40 cm.

이 그림은 페르메이르 작품 중 유일하게 인물의 얼굴만 가까이에서 그려져 있다. 바로크 시대에 얼굴을 부각해서 그린 초상화를 트로니(tronie)라고 했는데, 이 그림도 트로니의 일종이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와 유사하게 뚜렷한 윤곽선 없게 표현한 스푸마토 기법(색채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부드럽게 표현한 음영법)을 사용했으며, 모나리자의 눈썹이 없는 것처럼 눈썹을 그리지 않았다. 속눈썹도 최소한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이 그림을 두고 ‘네덜란드의 모나리자’, ‘북구의 모나리자’라고 부른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캔버스 밖에 있는 감상자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 파란색 터번, 붉은빛이 감도는 입술, 반짝이는 귀걸이, 뒤돌아 바라보는 듯한 자세, 검은 배경 등이 결합해 매우 독특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이것은 페르메이르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특징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소녀의 시선과 검은 배경, 파란색 터번, 반짝이는 귀걸이다. 페르메이르의 대부분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각자의 일에 몰두하느라 시선을 화가 쪽(캔버스 밖의 감상자)에 일절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 작품은 캔버스 밖을 응시하고 있다.

또한, 페르메이르는 배경과 소품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이 작품은 배경을 단순하게 검은색으로 칠했다. 이러한 것은 그의 다른 작품과 다른 점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2018년 재개봉 포스터. 이 영화는 2003년 첫 개봉됐고, 2004년 9월3일에 국내에서 개봉됐다.

이 소녀에 관한 의문은 진주 귀걸이로 이어진다. 누구길래 값비싼 진주 귀걸이를 한 모습을 그리게 되었을까? 페르메이르는 이 정도 크기의 진주 귀걸이를 살 형편도 안 되었고, 크기도 무척 커서, 작은 귀걸이를 과장해서 그리거나 다른 귀걸이를 진주 귀걸이로 바꿔서 그렸다는 의견도 있다. 표현방식도 신기하다. 진주 귀걸이를 자세히 확대해보면, 귀걸이가 소녀의 귀에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귀걸이의 전체적인 윤곽도 제대로 그려져 있지 않고, 그저 몇 번의 붓터치로 완성되어 있다.

페르메이르가 자신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이렇게까지 이 소녀를 돋보이게 그린 이유는 뭘까? 과연 이 소녀는 누구일까?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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