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구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연구소들 중 10곳 중 6곳은 5년 이내에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한 규모와 저조한 생존율을 보완할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기업연구소는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그간 양적으로 크게 성장해 현재 4만400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비의 약 80%를 집행하는 국가연구개발의 주축”이란 점을 강조했다. 실제 2020년 국가연구개발비 93조1000억원 중 기업은 73조6000억원으로 79.1%를 차지했다. 공공연구기관(11조1000억원)과 대학(8조4000억원)을 합쳐도 20조원에 미치지 못한 것을 보면, 기업연구소의 비중을 실감할 수 있다. 

기업연구소 대부분은 중소·중견기업이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2월 기준 전체 연구소 4만4067개 중 중소기업이 95.1%(4만1887개), 중견기업이 3.3%(1437개)로 전체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양으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내실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2020년 기준으로 연구원의 수가 5인 미만인 소규모 연구소가 61.1%에 달했다. 지속성은 더 큰 문제다. 2019년 기준으로 기업연구소의 5년 생존율은 44.4%에 그쳤다. 기업연구소 10곳 중 6곳은 설립 후 5년 이내에 폐쇄된다는 의미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기업부설연구소 연구개발 역량강화 지원사업을 2022년부터 새롭게 추진하기로 하고, 55억9000만원을 투입한다. 

◇역량진단 후 5단계 나눠 맞춤형 지원=과기정통부는 기업연구소의 연구역량을 수치화해 진단하는 기업연구소 연구개발 역량진단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기업연구소를 연구개발 역량에 따라 그룹화하고고, 상위그룹 도약에 필요한 방안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연구역량 진단은 총 21개 지표로 평가한다. 연구개발 투자규모, 연구개발 집약도, 연구원 수, 연구기자재 수, 연구소 업력, 고급 연구인력 비중, 교육훈련비 비중, 신기술·신제품 인증 실적 등이다. 여기에 업종 및 규모에 따른 가중치를 반영한다. 

등급은 5단계로 나뉜다. 상위 80% 아래인 초기형, 80~60%인 잠재형, 60~40%인 성장형, 40~20%인 도약형, 상위 20% 위인 선도형이다. 

정부는 먼저 선도형 기업으로 구성된 민간 연구개발 협의체를 운영해 민간의 수요를 바탕으로 혁신성장 분야 과제를 도출할 계획이다. 2022년은 우선 탄소중립과 스마트센서 분야로 시작하고, 추후 기업수요를 지속적으로 반영해 확대할 예정이다. 

도출된 과제 관련 분야 기업연구소 중 잠재형, 성장형, 도약형 연구소 각각에 필요한 기술애로 해결, 보유 기술의 고도화, 선도기술·제품 개발 등을 3개의 내역사업으로 구분해 지원한다.

잠재형 연구소에는 기업의 기존 연구개발 수행과정에서의 기술애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 자체연구개발과제에 대학이나 출연연을 매칭한다. 5개 과제에 1년간 2억원 규모다. 

성장형 연구소에는 10개 과제 대상 연간 3억원 이내로 주력 제품(기술)을 고도화하는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대학·출연연 공공연구성과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선도형 연구소를 대상으로는 혁신적인 신제품(기술) 기획·개발 역량 강화를 2단계로 지원한다. 1단계 사전기획은 10개 과제에 3개월간 3000만원을, 2단계 연구개발은 5개 과제에 2년6개월간 3억원을 지원한다. 대학·출연연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과기정통부 권석민 과학기술일자리혁신관은 “그간 기업 연구개발 지원 규모와 기업연구소 수의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 측면에서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용 육성사업은 미흡했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국가 연구개발의 주축인 기업연구소의 연구역량이 향상되어 국가 연구개발의 내실과 기반구조를 견고히 하고 국가 전반의 혁신역량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