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또 한 차례 안타까운 산재 사망사고가 지난 20일 발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사고 경위를 명명백백히 파악해 책임에 따른 처분을 내리고,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한다. 이날 오후 고용노동부가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고 하니, 조사결과가 나오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좀더 상세히 파악할 수 있으리라 본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 및 보상 등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연한 일인데,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포스코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하루이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포스코의 산재 사망자가 8명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노동계에서는 2018년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사고에 따른 사망자가 20명이 넘는다고 집계했다.

2021년 2월 국회에서 열린 산재 청문회에서 최정우 회장은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 이후인 같은해 3월과 10월에도 거푸 산재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내놓은 약속이 이미 무색해졌다는 의미다. 올해 또다시 산재 사망사고가 재발했으니, 최정우 회장은 이제 무재해 사업장과 안전우선 경영이란 약속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답해야 할 때다.

이쯤에서 지난해 3월 최정우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포스코 주주총회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포스코 주총에서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는데, 최정우 회장에 대해서는 ‘중립’ 결정을 내렸다. 

찬반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합의로 결정된 결과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반대사유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찬성하는 의견”과 “최근 빈번한 산업재해 발생 등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시 의무 소홀의 책임 등이 있다고 보아 반대하는 의견”이 존재했다고 한다. 결국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확한 반대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산업재해에 대해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관련 법 제정 등을 고려한 판단이 내려졌다. 

지침의 문제이건 위원회의 해석 문제이건 간에, 산재 예방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적극 고려하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당시 상황을 재조명하고, 앞으로 산재를 의결권에 어떻게 반영할지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보인다.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주주권 행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침 개정을 논의 중인데, 산재나 ESG 관련 주주제안의 범위를 확대하고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방향이다. 

산재는 일하는 사람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이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투자자에게는 신뢰의 문제이며 이는 곧 기업가치와 직결된다는 점은 HDC현대산업개발 사태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철강 대표기업 포스코에서 언제까지 산재 사망사고로 일하는 사람을 잃고 신뢰도 잃는 일이 반복될지, 심히 우려된다. 반복되는 산재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란 각오로 모든 포스코 구성원과 감독기관이 함께 힘을 합치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