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입기업 대다수가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공급망 불안을 우려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수급처 다변화와 국내조달 지원강화 등 정책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원자재나 부품 등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공급망 불안에 대한 기업실태 조사’ 결과, 28.3%가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라 피해가 컸다고 답했다. ‘일부 피해 있었음’(38.7%)을 합치면 전체의 67.0%가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피해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가 없었다’고 답한 기업은 33.0% 수준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원자재 조달 지연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란 응답이 59.2%로 가장 많았다.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40.8%)가 뒤를 이었다. 

올해 글로벌 공급망 전망에 대해서는 ‘더 악화’될 것이란 응답이 21.7%에 달했다. ‘지난해와 유사하게 불안’(66.7%)을 합치면 전체의 88.4%가 공급망 불안 수준을 지난해 또는 그보다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다소 완화’될 것이란 전망은 11.6%에 그쳤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거나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로는 ‘코로나19 지속’(57.0%)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해외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며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했고 올해 들어서도 기업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공급망 불안에 영향을 끼치던 ‘미중 패권 경쟁’(23.3%)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높았다. 대한상의는 “한국 교역의 40% 정도가 양국에 집중돼 있는데, 양국의 ‘공급망 줄 세우기’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여 한치 앞의 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코로나19의 반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확대’(12.4%)도 올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증폭시킬 요소로 지목된 것이다. 대한상의는 “코로나19로 억제돼 온 소비 욕구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분출되면서 원자재 쟁탈전과 물류난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밖에 ‘탄소중립 대응’(4.1%), ‘디지털 가속화’(3.2%) 등을 지목하는 시각도 있었다. 

◇공급망 대책 마련 기업 10% 못 미쳐=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책을 마련한 기업은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세웠는지를 묻는 질문에 ‘세웠다’고 답한 기업은 9.4%에 불과했다. 반면, ‘대책 없다’라는 기업은 전체 조사대상의 절반이 넘는 53.0%에 달했다. ‘검토중’이라는 기업은 36.1%였다. 

대책을 세웠거나 검토 중인 기업이 첫 손에 꼽은 대책은 ‘수급 다변화’(45.7%)였다. 뒤이어 ‘재고 확대’(23.9%), ‘국내 조달 확대’(12.0%), ‘재료 대체’(4.3%), ‘모니터링 강화’(4.3%), ‘장기계약 등 계약조건 변경’(2.2%)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기업이 원자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은 국내에서 조달이 어렵거나 생산비용이 높은 등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만큼 수입처 다변화 등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과제에 대해서는 ‘수급처 다변화’(23.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국내 조달 지원 강화’(21.8%) 목소리도 높았다. 또 ‘FTA 등 외교적 노력 확대’(17.1%),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16.1%), ‘정부비축 확대’(10.4%), ‘물류지원’(7.1%), ‘통관 및 관세 지원’(3.6%) 등이 필요하다는 기업도 있었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디지털전환과 탄소중립 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팬데믹, 패권경쟁이 겹쳐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공급망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