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2021,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15초<사진=홍철기>

미디어 아티스트 송상희 작가의 ‘자연스러운 인간’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오는 2월27일까지 열린다.

송상희 작가는 현대사회의 모순과 삶의 이면에 내재하는 욕망을 자신만의 시각어법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로 풀어내왔다. 신화, 언론보도, 사록 등 여러 문헌자료를 수집·연구하고, 역사적 상흔이 남은 장소를 직접 탐방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음악, 드로잉, 문학 등 타 예술 장르를 융합하는 심미적 실험을 지속해오고 있다.

작가는 작업 초기 대한민국의 다양한 여성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나아가 여성이 속한 사회, 국가, 나아가 세계로 확장되어, 사회적 통념과 위계, 전쟁, 식민사관, 자본주의로부터 소외된 삶을 조명했다. 이처럼 잊혀진 존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온 작가는 ‘자연스러운 인간’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조심스레 능동적인 말걸기를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과 사운드, 드로잉 및 설치 등으로 구성된 커미션 신작 6점 및 국내 최초 공개작 1점을 선보인다. 작품 ‘사과’(2021)는 인류가 선악에 눈을 뜨게 된 계기인 금단의 열매에 대한 다양한 함의를 3채널 영상에 담아낸 작품이다. ‘대지의 노래’(2021)는 그간 모아 온 아카이브 영상을 선보이는 7채널 설치 작업이다. ‘꿈’(2021)은 단채널 영상과 여러 오브제로 구성된 현대판 몽유도원도로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 미래 시점을 함께 아우른다.

국내 최초 공개작 ‘기거, 너 그리고 나’(2018)는 2채널 영상 작품으로 상처로 가득한 우리의 발자취 속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강한 자를 좇아 의태하는 괴물은 ‘너인지? 나인지? 누구인지?’, 또 ‘결국 현재의 우리 또한 또 다른 의태를 통해 생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반추하게 한다. ‘신세계’(2021)는 ‘진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진 인류 문명의 어두운 측면에 주목한다.

‘업고’(2021)는 세 가지 내용이 전개되는 연필 드로잉을 지그재그 형식으로 연결한 작품으로, 본연적인 한계로 인한 인간의 굴곡지고 결함투성이인 숙명을 약 10m의 작품 길이보다 더한 무게감으로 표현한다. ‘말걸기’(2021)는 상처를 주고받은 우리가 서로 공생할 수 있을까를 되묻는 작업이다.

송상희 작가는 2008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은 “이번 전시가 공멸의 위기에 처한 지구와 인류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위로와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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