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과 외지인이 저가아파트를 갭투기로 구매한 뒤 단기간에 팔아치우는 시장교란행위가 다양하게 발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탈세와 차명거래 등 범법행위의 정황까지 포착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는 차명거래 의심행위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무거운 처분을 통해 시장교란행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공시지가 1억원 이하인 저가아파트를 매수한 법인과 외지인의 거래 약 9만건을 분석한 결과는 통상의 아파트 거래와 사뭇 달랐다. 매수자금 중 자기자금의 비율은 29.8%로 통상 거래(48.1%)의 절반에 불과했다. 반대로 임대보증금 승계금액의 비율은 59.9%로 통상 거래(23.9%)의 2배 이상 높았다. 

또, 이 기간 단기 매수·매도한 거래 6407건의 평균 보유기간은 약 4개월에 불과했다. 갭투기를 이용한 시장교란행위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실제로 조사과정에서 나온 사례를 보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가 임대보증금 승계 방식으로 저가아파트 12채를 사들였는데 자금은 부친이 매도인에게 송금한 경우가 있었다. 정부는 편법증여 의심사례로 보고 있다.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 여부를 가려 과세를 해야 할 사안이다. 

또 다른 사례로, 가족 소유 저가아파트 32채를 본인이 대표인 법인에게 매도했는데 대금이 오가지 않은 일도 있었다. 법인이 내야 할 취득세도 본인이 부담했는데, 정부는 법인의 명의신탁을 의심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법인 명의로 회피하려는 목적이라면 엄정한 처분이 따를 일이다. 

수사결과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차명거래로 밝혀진다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의 처벌이 내려진다. 하지만 부동산 차명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법을 엄정히 적용해 왔는지는 의문이 든다. 법인을 이용한 차명거래 의심사례 이외에, 미성년자가 아파트 수십채를 매입하거나 법인에 본인 소유 아파트를 매각하는 거래 행위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년 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만 6세의 아이가 부동산 임대업자로 연봉 3억원 이상을 받거나, 심지어 0세 아이가 부동산 임대업 대표로 등재된 사례도 있었다. 단순히 부동산의 명의만 미성년자라면 그저 재산을 다소 이르게 증여한 사례일 가능성도 있다. 이와 달리 미성년자가 부동산 임대업의 대표로 등재돼 있다면, 정말로 부동산임대업을 누가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부모 등의 관리 하에 있을 재산일 터이니, 부동산실명법 위반 여부를 엄정히 따지는 게 마땅하다. 미성년 건물주 논란은 이처럼 탈세논란 이외에 부동산 실명거래의 무력화라는 의구심과 맞닿아 있다. 

부동산 실명거래가 무력화되고 있는 한, 시장교란행위를 잡겠다는 엄포에 힘이 실릴 리 없다. 지금이라도 부동산실명법을 엄정히 적용해 차명거래를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교란 근절과 차명거래 차단,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그저 현행 법을 제대로 집행하기만 하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은 아닐 것이다. 부동산 시장교란행위 근절을 위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엄정한 대처가 시급하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