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제조업체들의 재고는 증가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BOK 이슈노트를 통해 발표한 ‘최근 공급 차질 및 감염병 상황이 제조업 재고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보면, 작년 3분기 재고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8.2%로, 2012년 4분기 9.5% 이후 8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은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기가 침체되거나 둔화됐을 때 수요가 줄어들면서 재고가 늘어나는 것이 통상인데, 이와 달리 수요가 증가했음에도 재고 역시 동반 증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이후 국내 제조업 재고는 자동차 부품, 반도체, 금속, 석유제품, 화학공업제품 등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실제 자동차 차체와 차대 제작에 쓰이는 냉연강판과 열연강판 재고의 경우 지난해 3·4분기 중 각각 13%, 46.1% 증가했으며, 반도체 재고 역시 지난해 7~10월 빠르게 늘었다.

이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 특수로 인해 생산 차질을 비롯한 물류 지연, 이에 따른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특이 현상이라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제조업 생산, 출하, 재고 지수

<자료=한국은행>

이용대 한은 조사총괄팀 차장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이번 회복기의 경우 재화 수요와 재고가 함께 증가하고 재고·출하 순환 패턴도 통상적 회복기와 다르다”고 분석했다.

재고 증가 배경에 대해서는 먼저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차질에 따른 중간재 출하 감소를 지적했다. 동남아지역 비메모리 반도체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자, 국내외 완성차나 IT기기 생산이 주춤하면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량용 부품과 강판, 메모리 반도체 등 다른 중간재의 재고가 늘었다는 것이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관련 제품 출하 감소도 원인으로 꼽혔다. 철강·화학제품의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탓에 출하가 감소하면서 재고가 증가해서다. 아울러 감염병 확산기 이동량 감소에 따른 연료 판매 둔화도 배경 중 하나로 언급됐다. 작년 3분기 이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이동량이 줄어들어 경유·휘발유 등 석유제품 재고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관련해서 이 차장은 “최근 제조업 재고 증가는 일반적 경기 둔화기의 수요 감소 때문이 아니라 감염병 위기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재고 증가가 향후 제조업 경기둔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내 제조업 재고의 정상화는 늦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렇지만 글로벌 공급 차질과 감염병 상황이 나아지면 차량용 부품 등 중간재 출하가 되살아나고, 제조업 재고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은은 전망했다. 중기이코노미 신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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