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납품단가를 깎아 판촉비용을 떠넘긴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공정위로부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홈플러스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4억1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Hyper), SSM(익스프레스)과 편의점(365플러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SSM 부문인 익스프레스가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017년 1월부터 2020년 1월 사이 사전에 약정 없이 45개 납품업자에게 17억원의 판매촉진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 피해기업에는 오뚜기와 유한킴벌리 등도 포함됐다. 

이 기간동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N+1, 초특가 등 연중 가격할인행사를 실시했는데, 소비자판매가를 2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하할 때 해당 상품의 납품단가를 사전 약정 없이 1000원에서 700원으로 인하했다. 이를 통해 가격할인 시 발생하는 판촉비용 500원 중 300원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이라고 결론내렸다. 대규모유통업자가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기 이전에 판매촉진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의 부담 등을 납품업자 등과 약정하지 않고서 이를 납품업자에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는 규정 위반이란 것이다. 

공정위는 “납품단가 인하 방식에 의한 판촉비용 전가는 통상적인 협상에 따른 납품단가 결정(대량납품에 따른 납품단가 인하 등)과 외형적으로는 구분되지 않아 그 적발이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본 사건은 그런 점을 악용한 사례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또 납품업자와의 계약 86건에서 최대 72일까지 계약서면을 지연 교부해 법을 위반한 사실로도 제재를 받게 됐다. 

◇지난해도 판촉비용 떠넘기기로 제재=홈플러스는 지난해에도 공정위로부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판촉비용 떠넘기기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도 공정위는 홈플러스에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에는 2017년 한해 동안 166차례의 판촉행사를 실시하면서, 사전에 판촉비용 부담 약정을 체결하지 않고 최장 25일까지 지연체결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규모유통업법 상 판촉행사는 명칭이나 형식에 상관 없이 상품에 대한 수요를 늘려 판매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행하는 모든 행사 또는 활동을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55개 납품업체가 모두 7억2000만원의 비용을 사전약정없이 부당하게 부담했다. 피해기업에는 락앤락과 쌍방울 등도 포함됐다.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체 간에 대등한 지위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서면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유통업계에 경종을 울려준 사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게 판촉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무조건 불법은 아니다. 다만 납품업자에게 판촉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 약정은 반드시 사전에 서면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약정을 아예 체결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후에 지연체결하는 것 역시 법 위반에 따른 제재 대상이다. 

공정위는 다양한 유통분야에서 판촉비용 떠넘기기를 비롯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앞으로는 “대형마트, SSM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 아웃렛 분야에 대해서도 판촉비용 전가 등 고질적인 불공정행위가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