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재테크는 한자 ‘재무(財務)’와 영어 ‘테크(Tech, Technology의 줄임말)’의 합성어다. 저금리시대에 돈을 모으는 최적의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테크 붐이 일며, 샤테크(명품 가방 재테크) 등 각종 ‘테크’가 등장하고 있다. 즉 소액 투자로 ‘재밌게’ 돈 버는 짠테크 전성시대다.

◇리셀테크…한정판 되팔며 차익 실현=한정판 스니커즈(스포츠 브랜드에서 한정된 수량만 판매하는 운동화)를 사고파는 ‘리셀테크’ 문화가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는 심하게는 100배 이상의 웃돈이 붙기도 한다. 리셀테크 중에서도 샤넬 등 명품가방을 사들인 뒤 더 비싼 가격으로 파는 ‘샤테크(샤넬+테크)’, 한정판 스니커즈 등 신발을 사들인 뒤 원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스니커테크(슈테크)’라는 용어가 상용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1년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리셀 시장’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정판 제품의 높아진 가치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리셀(Resell, 재판매) 테크’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셀(Resell)은 한정판과 명품 등 희소한 새 제품을 사서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를 말하는데, 시세 차익을 통한 영리를 목적으로 리셀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리셀러’라고 부르기도 한다.

네이버는 리셀 플랫폼 ‘크림(kream.co.kr)’을 운영하고 있으며, 무신사도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soldout.co.kr)’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1위 리셀 플랫폼인 미국의 ‘스탁엑스’도 국내에 진출한 상태다.

한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웃돈을 너무 많이 붙여서 큰 이익을 보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63.7%가 지나치게 프리미엄을 많이 붙이는 리셀러에게는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리셀러들이 제품 판매로 얻는 수익에 적절한 세금을 매길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응답도 절반 이상(52.7%)이었다.

◇식테크…희귀식물 한 뿌리에 500만원=식테크란 ‘식물’과 ‘재테크’의 줄임말로, 희귀식물을 재배해서 가치가 오른 뒤 잎사귀 등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희귀식물인 몬스테라 알보(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알보) 잎을 구매해 생장한 뒤 잎을 한 장씩 잘라 파는데, 한 뿌리당 50~500만원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다.

농산물유통정보 KAMIS에 따르면, 2021년 대파 가격이 최고 6982원까지 치솟으며 대파 시세가 폭등했다. 당시 차라리 집에서 파를 키워 먹는 게 이득이라며, 한때 집에서 대파 기르기가 유행이 됐다. ‘파테크(파+재테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을 정도다.

코로나19로 길어진 집콕 생활에 집에서 반려식물을 키우는 가구도 크게 늘어 식물을 정성껏 돌보는 ‘식집사(식물+집사)’ 등의 신조어도 나타났다.

◇아트테크…조각 투자 ‘증권업’인지 논의=아트 컬렉팅은 과거 부유층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MZ세대들이 ‘아트테크(Art-Tech)’에 입문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개인이 구입하기 어려운 자산을 작은 단위로 쪼개 여러 명이 투자하는 조각 투자방식이 인기다. 조각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상호교환이 불가능한 NFT 기술을 적용는 것이다.

아트테크 플랫폼 테사(TESSA) 앱에서는 뱅크시, 앤디 워홀, 마르크 샤갈 등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최소 1000원 단위부터 투자할 수 있다. 투자 가치도 있지만 소장 가치도 뛰어나다. 또한, 조각 투자는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들고 투자 위험성은 낮은 편이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쪼개서 사고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지난 1월 기준 뮤직카우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 중인 음원은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다. 2019년 8만원대에 거래를 시작했는데 약 50만원으로 거래가가 뛰었다.

소액 투자로 ‘재밌게’ 돈 버는 짠테크 전성시대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테크 붐이 일며 리셀테크, 식테크, 아트테크, 몸테크 등 별별 ‘테크’가 등장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 뿐만 아니라 한우에도 조각 투자를 할 수 있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는 투자자가 뱅카우 앱을 통해 농가가 가진 송아지의 지분을 공동구매하는 식이다. 2021년 11월 한때 90만원을 넘기도 했다.

한편, 금융당국에 따르면, NFT·조각 투자(분할 투자)가 증권업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증권업으로 분류되면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공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몸테크…늘고 있는 서울 빌라 거래량=오세훈 서울시장이 향후 10년간 재개발·재건축으로 50만 가구 공급을 추진한다고 해 빌라시장이 들썩였다. 재개발 기대감으로 서울에서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에 재건축과 재개발 호재를 품은 오래된 집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생활하는 ‘몸테크’족이 생겼다. ‘몸’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청년들이 순수 월급만으로 집 장만을 할 수 없는 경제 여건 속에서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녹물이 나오더라도 낙후 주택의 불편을 감수하며 재개발·재건축이 실현될 때까지 ‘몸으로 때우겠다’는 식이다.

◇재밌는 짠테크…앱테크, 잔돈 테크=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2021 짠테크 관련 인식 조사’를 시행한 결과(전국 직장인 남녀 1000명 대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본 짠테크 방식은 설문조사 참여로 적립금을 받은 것이다. 짠테크 경험 비율을 순위별로 보면, 할인쿠폰과 기프티콘 등 상품권을 활용하거나(65.5%), 출석체크 이벤트로 포인트를 적립하고(60.8%), 카드사 및 금융사의 포인트를 적립 및 교환(59.4%), 리워드 앱을 활용한 앱테크(48.7%)와 저금통 활용(43.5%), 중고물품 판매 및 교환(41.9%), 유통기한 임박상품 할인구매(35.2%) 순으로 짠테크를 경험해 본 비율이 높았다.

짠테크 중에서도 스마트폰에 앱만 설치하면 쉽게 참여가 가능한 ‘앱테크’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앱을 활용하거나 위치기반으로 근처 편의점 등의 유통기한 임박상품을 40~50% 할인해서 파는 ‘라스트 오더’ 앱이 애용되고 있다. 편의점 1+1 증정품을 저장해두는 서비스로 시작된 GS25의 ‘나만의 냉장고’는 종종 파격 행사상품도 내놓기 때문에 합리적이라는 평이다.

은행권에서는 1000원 미만의 자투리 돈을 모아 저축과 투자 등 재테크에 활용하는 잔돈 금융(잔돈 테크·티끌 테크) 상품도 내놓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월 계좌 속 1000원 이하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서비스가 포함된 ‘카카오뱅크 저금통’ 채우기에 성공한 계좌수가 100만좌를 돌파했다.

짠테크는 MZ세대들만 하는 게 아니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지난 1월 방영된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통해 짠테크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관심을 모았다. 존 리 대표는 “신용카드로 충동구매를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는 하나”라며,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자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직원에게는 “커피 값이 싼 것이 아니다”라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하루 5000원, 1만원 가지고 투자하면 1년이면 400만원이 된다. 그걸로 투자했을 때 엄청난 파워가 된다. 가능하면 회사에 있는 커피를 타 마셔라”라고 조언했다.

전문가의 견해는 어떨까.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근래 각종 소액 재테크 수단이 다양화되고 있는 이유는 MZ세대의 특징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먼저 거시적 관점에서는 경제 위축, 집값 상승, 취업률 하락 등 젊은 세대가 단순하게 월급 등으로 돈을 모으기 어려운 시대적 특성이 투영되어 있다”라며, “미시적으로 보자면 MZ세대의 특성이 정보 접근성이 뛰어난 점인데, 정보의 공유 속도가 이전의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경험의 공유도 빠르고 다양한 재테크 수단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재테크 수단이 보다 다채로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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