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어린시절을 농촌에서 보냈다. 매년 3월을 전후해 그의 고향에 대한 기억은 마을을 감싼 딸기향과 그 빛깔이 차지한다. 그가 지방에서 학생시절을 보내던 1990년대 들어 비닐하우스가 급격히 증가했단다. 내부에는 으레 고수익을 담보하는 품종이 키워졌다. 그중 으뜸은 딸기였고, 그 맛을 자랑했다.

한 겨울 비닐하우스 농사일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찬바람에 얼까, 아침저녁으로 농작물 온도 유지를 위해 농민들은 안팎을 연신 오가며 온도 유지를 해줘야 한다. 한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은 계절에, 비닐하우스를 돌보는 농민의 몸에선 온도차에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렇게 한 겨울 농민의 피땀 속에 자란 딸기는 3월 본격 출하, 대도시로 향해졌다. 대도시로 옮기기 전 아담하게 포장된 딸기들 상당량이 길 한곳에 쌓여 있다. 딸기가 쌓여진 주변을 지날 때면 강한 딸기향이 코끝을 자극했단다. 그 향이 얼마나 강렬한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남편의 뇌리에 남아 있단다.

고령화된 농촌, 여기에 소멸까지 우려할 정도로 인구가 줄어든 현실. 식량 자급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2022년 대한민국 대선에서 농촌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지난해부터 딸기가격이 급상승해 쉽게 맛보기 힘들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그래도 딸기의 고장이니 다를 것이라 막연히 기대했다. 하지만, 차례상에도 딸기가 오르지 못하는 현실을 맞닥뜨렸다.

“그 많던 딸기는 누가 다 먹었나”를 자문하듯 반복적으로 언급했지만, 굳이 누군가 답을 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농작물이 그렇겠지만 딸기는 특히 농민의 땀을 먹고 자란다. 고령화된 농촌, 여기에 소멸까지 우려할 정도로 인구가 줄어든 지방의 현실…. 생산자가 감소하니 재배면적도 줄 수밖에 없다. 출하량과 가격은 날카로운 곡선을 보이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안겼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춰 ‘딸기 대란’은 잠잠해 질 것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에, 넓은 도로에 자리를 내준 고향 ‘딸기밭’은 두 번 다시 되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명절 휴가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매년 두 손에 들려 있던 딸기 박스를 올해는 가져오지 못했다. 딸기 한입 먹지 못한 연휴를 보냈다.

남편에게 ‘딸기’는 특별함이었다. 색채와 맛, 여기에 더해 모양까지 고향의 딸기는 남달랐다. 딸기는 그 가족에게 풍족을 줬다. 경제뿐 아니라 감성부분까지 말이다. 하지만 농촌은 달라졌다. 딸기 뿐만 아니라 식량의 자급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2022년 대한민국 대선에서 농촌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엔 딸기지만, 공급을 걱정해야 할 작물들이 많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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