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품 경매의 양대 산맥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2월 경매가 오는 22일과 23일 연이어 열린다. 

서울옥션은 이번 2022년 첫 메이저 경매에 총 145점을 내놓는다. 작품의 추정가는 총 188억원. 대표작가로는 야요이 쿠사마, 이우환,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등이 있다. 

먼저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야요이 쿠사마의 ‘비너스 상’이다. 쿠사마는 1959년 ‘Infinity Nets’ 시리즈를 선보인 뉴욕 브라타 갤러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쿠사마는 물방울(Dots)과 망(Nets)으로 그려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1987년에는 일본에서 최초의 회고전을 진행했고, 1989년 뉴욕에서 열린 개인전을 시작으로 뉴욕의 MOMA,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등의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쿠사마의 이번 출품작은 1998년 뉴욕 로버트 밀러 갤러리(Robert Miller Gallery)에서 선보인 10점의 ‘Statue of Venus Obliterated by Infinity Nets’ 시리즈 작품 중 4번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붉은색 배경에 검정색 네트로 화면을 채운 색채의 조합이 매력적이다. 

근현대 섹션에는 이우환의 연대별 작품이 시리즈로 출품돼 작가의 회화작품 세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1978년 작품인 ‘점으로부터’는 화면 가득 자연스럽게 표현된 점의 흐름이 돋보인다. 작품 추정가는 5억5000만원~8억원.

서울옥션 김서영 선임은 “반복되는 점들이 우주의 생성과 소멸의 무한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며, “일필일획이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돼 유기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감상자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도 긴장감을 느끼게 만든다”고 전했다. 

1982년 작품 ‘선으로부터’는 작품 후면에 ‘in milano’라고 기재돼 있어 작가가 유럽을 방문했을 때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우환은 독일 뉘른베르크,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을 거쳐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유럽 전시 일정을 이어갔던 시기다. 특히 1982년 11월에 밀라노 ‘Studio Marconi’에서 개인전이 열리기도 했었다. 이번 출품작은 전형적인 점의 형상과 다르게 붓터치의 자율성이 담겨있어 화면의 리듬이 더욱 생동감 넘치게 나타난다. 

작품 ‘조응’은 큰 캔버스에 신중한 붓터치로 한 두개의 점을 찍고 나머지 공간은 여백으로 남겨뒀는데, 각각의 점의 크기와 위치, 방향 등이 서로 조응하는 모습을 취하며 화면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특징을 갖고 있다. 작품 추정가는 3억원~5억5000만원. 

이 밖에도 조선시대 겸재, 단원의 전통을 계승하며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한국화의 거장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의 작품도 출품한다.

 

청전의 작품 ‘귀로’는 가을날의 산촌 풍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낚싯대를 어깨에 걸친 채 목교를 건너는 촌부의 모습이 따뜻한 울림을 준다. 별도의 제작시기는 알 수 없지만 구도와 인물, 담채의 느낌이 50년대 후반 작품들보다 차분한 모습을 보이며 완숙된 필력이 느껴져 청전의 절정기인 6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 추정가는 1억원~1억6000만원. 

소정 변관식의 작품 ‘수촌’은 1934년 광주의 광산 객사에서 그렸다고 알려졌다. 그의 초기작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작품 추정가는 8000만원~1억5000만원

23일 열리는 케이옥션 경매에는 총 109점에 추정가 87억원 가량의 작품들이 출품된다. 김환기의 파리 시대 작품을 선두로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의 전성기 작품들이 눈에 띈다. 

김환기의 파리 시대 작품 ‘항아리’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품은 달항아리와 함께 한국의 산등성이, 달, 바다가 그려져 있다. 푸른색 배경에 간결한 선으로 표현된 작품은, 파리에서 고향바다와 고국산천을 그리워했던 김환기의 애틋한 정서가 담겨있다. 이 작품은 2004년 환기미술관에서 개최된 ‘김환기 30주기 기념전:사랑은 가고 예술은 남다’ 전에 출품됐다. 작품 추정가는 12억원~20억원

정상화의 ‘무제 75-3’은 흰색과 푸른색의 은은한 기품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가는 백색을 주력으로 한 이유에 대해 “색에 대한 절제보다는 재료의 물질성을 극대화하여 화면의 질감을 첨예하게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색화의 거장답게 화면을 덮고 있는 백색과 푸른색의 무심한 듯한 표현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작품 추정가는 5억5000만원~7억원.

또 남관, 김구림, 안영일, 도상봉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작품도 출품된다. 

한국 전위예술의 선구자인 김구림의 경매 출품작은 1987년에 제작한 ‘나무, 사닥다리’다. 나무 형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사닥다리가 중심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실재와 현상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담긴 것으로 작품 추정가는 7000만원~1억5000만원이다. 

물의 화가로 알려진 안영일의 작품은 추정가 4000만원~1억2000만원에 출품됐고, 해외 미술부문에서는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과 함께 동시대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 받는 앤디 덴즐러, 캐서린 번하드,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특히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와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공부한 미국 출신의 캐서린 번하드는 ET나 맥도날드 로고 같은 대중문화적 요소 등을 팝적인 감성으로 표현한다. 이번 경매 출품된 작품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를 주제로 했다. 작품 추정가는 1억2000만원~2억원.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