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쓱, 박박, 툭툭~. 선을 다루는 유소정 작가의 그림을 본 첫 느낌이다. 캐릭터를 표현한 선들은 가지런하지 않고, 삐죽삐죽 갈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표현한 캐릭터들은 한결같이 개성이 뚜렷하고 생동감이 있다. 

작가가 영국 런던에서 레지던시 생활을 할 때 작업했던 도시 풍경을 표현한 작품들은 색들이 대체로 덩어리로 표현되고 있다. 작품이 주는 전체적인 느낌을 전달하는데 충실한 것처럼 보인다. 

도시 풍경을 그린 작품들에 유독 노란색과 푸른색이 많이 들어있다는 질문에는 “우울하고 힘들 때도 밝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래서 옐로우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그렇게 밝게만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블루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봐요”라며, 자신이 쓰는 색에 대한 애증을 드러냈다. 하지만 유 작가는 “경계인의 시각으로, 계속되는 삶의 도전을 표현하고 싶고 관람자들이 그림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도록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황윤지 아트칼럼니스트는 “그녀의 작품들이 대부분 동화적인 인상을 풍기는데, 시간과 공간을 특정하기 어려운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구석구석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잔뜩 숨겨져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것저것 얘기해보고 싶게 만든다”며, “그녀의 박자를 따라 호흡하다보면, 어딘지 몰라 낯설겠지만 끊임없는 이야기들로 정신을 쏙 뺏기는 새로운 세상에서 유영할 수 있을 것이다”고 평했다.

유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로 미국에서 원시적 리얼리즘 스타일의 작업을 하는 브라이언 커시스닉(Brian Kershisnik)과 폴란드 바르샤바 출생의 오 드 라발(Oh de laval)을 꼽았다. “브라이언은 그 색감을 좋아하고 사람과 동물을 표현할 때의 따스함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오 드 라발의 경우는 그녀의 대담함과 그 자글자글한 표현력, 캐릭터, 몰입도, 스타성을 좋아합니다”라고 했다. 유 작가의 작품에서 따뜻함과 거침없는 표현력이 느껴지는 이유다. 

평소 친환경적인 작업 방식을 즐겨하는 작가는 작품 재료나 도구에 구애받지 않는다. 부츠를 감싸고 있던 얇은 습자지나 천, 한지를 콜라주 재료로 활용하기도 하고 다 마신 주스 박스를 깨끗이 씻어 말려 그 위에 젯소칠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계속 평면작업을 하겠지만 입체에도 조금씩 도전해보고 싶다는 작가의 이번 첫 개인전 전시 제목은 ‘Inhale&Exhale’, 즉 들숨과 날숨이다. 서울 안국역 킵인터치 갤러리에서 오는 22일부터 3월2일까지 열린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