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반군이 장악해 독립을 선언한 지역이지만, 독립을 인정한건 러시아 등 일부 국가일 뿐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에게 무기를 내려놓고 귀가하라는 경고까지 한 것을 보면,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이후 우크라이나 각지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본격화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이라며, 세계가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혹한 경제제재를 공언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이미 시작됐다. 앞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지역 2곳의 독립을 승인하고 파병을 지시하자, 침공이 시작됐다고 보고 미국은 러시아 은행 2곳에 대한 자산 동결과 거래금지를 시작한 것이다. 추가로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가스관 주관사 제재도 결행했다. 이 회사의 모기업은 러시아의 국영기업인 천연가스 업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현지 교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게 첫 번째 책무일 터다. 지속적인 철수와 대피계획에도 아직 남아있는 교민들이 있으니, 이들의 보호에 힘을 기울여야겠다.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다각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는 이미 러시아가 전면전을 벌일 경우 대러 수출 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재 동참이야 불가피하더라도, 기업들에 피해가 발생할지 여부를 면밀히 따지고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월 들어 펴낸 ‘우크라이나 위기와 러·미 갈등: 주요 쟁점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대러 제재의 영향을 다양한 경로로 받게 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러시아 현지에 진출하거나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하고 있는 우리 민간기업의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고정 투자를 요하는 제조업에 편중되어 있어 단기적으로 투자를 철회하거나 협력을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문제다. 보고서는 “대러 경제제재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및 수익성 악화가 양국의 중소기업 협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대기업 협력보다 비대칭적으로 훨씬 클 것으로 사료”된다고 봤다. 

이같은 조건을 고려하자면 정부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23일 산업자원안보 TF 회의에서는, 당장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의존하는 품목의 공급망 불안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수급불안 현상이 발생할지 여부를 지속 추적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러제재에 동참하더라도 가능한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방안을 모색할 때다. 침략전쟁을 부정하고 외교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한다는 대원칙 하에서, 국익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해나가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