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전경.   ©중기이코노미

아워레이보가 꾸민 공간에 권오상 작가의 작품이 채워지는 이번 전시는 수원시립미술관을 화이트 큐브의 전시공간이 아닌 특별하고 개성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아워레이보의 전시공간 설계는 전시장을 여러 개의 세트로 변모시킨다. 아워레이보는 전시에서 권오상 작가의 작품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조명에 신경을 썼다.

총 9개의 세트장엔 데오도란트 타입, 더 플랫, 더 스컬프쳐, 뉴 스트럭쳐, 릴리프, 모빌 등 권오상 작가의 대표작 35점이 특징별로 나뉘어 전시된다. 세트장 벽면이나 바닥엔 아워레이보가 제작한 픽토그램이 보이는데, 이를 통해 각 세트에서 작가의 다양한 작업 중 어떤 것들이 전시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한다.

세트1은 전시장의 특징을 반영한 공간이기도 하다. 지하주차장과 바로 연결돼 있는 전시장의 느낌과 어우러지게 모터쇼 쇼케이스 현장으로 연출된 이곳에선 F1 경기장을 떠오르게 하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권오상 작가는 자동차가 달리는듯한 리듬감을 주기위해 아워레이보가 제작한 세트에서 슈퍼카 엔초 페라리와 부가티 베이론을 본따 제작한 ‘더 스컬프처 3’과 ‘더 스컬프처 4’를 선보인다.

세트2는 권오상 작가의 대표적인 사진조각 연작 ‘데오도란트 타입’을 선보인다. 전통적인 조각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곳의 작품들은 고전적인 조각에 영향을 받은 것들로, 아워레이보는 ‘메이크업 라이트’를 활용해 이 작품들의 전시가 패션쇼의 한 장면과 같이 느끼도록 한다.

세트3에서는 데오도란트 타입의 작품 중 추상적인 형태의 와상 작품들이 전시된다. 아워레이보는 권오상 작가가 작업에 사용하는 아이소핑크를 이용해 좌대로 활용했다. 그 위에 놓인 작품들은 마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처럼 보인다. 2차원의 특징과 조각의 3차원적 특징을 동시에 담아내는 이 작품들 역시 미켈란젤로, 헨리무어 등의 작품에서 착안한 것들이다. 이 작품들을 통해 권오상 작가는 1, 2차 대전이라는 과거의 사건과 코로나 시대라는 현재의 이슈를 비교하기도 한다.

협업 전시 ‘아워세트:아워레이보×권오상’이 25일부터 오는 5월22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중기이코노미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을 오마주한 작품도 있다. 세트4에서 전시되는 ‘붉은 셔츠와 휘슬, 칼더의 서커스’로, 전통적 조각이 아닌 얇은 판형으로 이루어진 조각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크게 확대된 조각들은 바닥에 닿을 듯 설치돼 있고, 관람객은 조각 사이사이를 거닐며 가까이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세트5에서는 권오상 작가가 대구 에르메스 매장 오픈 때 쇼윈도에 설치했던 작품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 아워레이보는 콘서트장 같은 조명, 반사판 같은 조명을 제작했고, 천체망원경을 떠올리며 조명을 만들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작품의 입체감과 평면성이 동시에 부각되고, 쇼윈도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모습들을 관람할 수 있다.

‘작은 종잇장이라도 공간을 차지하며 혼자 설 수 있다면 조각’이라는 권오상 작가의 조각에 대한 개념은 세트6에서 읽을 수 있다. ‘더 플랫’ 연작을 통해 작가는 확장된 대상과 소재의 활용을 보여준다. 화려한 보석의 이미지로 가득한 작품은 잡지 ‘럭셔리’에 나온 보석 이미지를 모두 다 오려 철사로 지지대를 만들어 세운 후 촬영해 만든 작품이다.

촬영장을 떠오르게 하는 녹색과 레드 포인트의 크로마키 배경이 등장하기도 한다. 세트7에서는 평면으로 제작된 콜라주를 입체로 제작한 ‘뉴 스트럭처’가 전시된다.

세트8은 99대의 미니카를 선보인다. 손에 쥐고 감상할 수 있는 조각 연작 ‘스몰 스트럭처’로 타워형 구조물은 아우디의 원형 층고타워를 연상하며 디자인한 것이며, 선반 주변의 12개의 LED라이트는 차량 도색 부스를 떠올리며 작업한 것이다.

자작나무 위에 이미지가 담긴 나무판을 쌓아올려 콜라주 같은 형태로 완성한 ‘릴리프’ 연작은 세트9에서 볼 수 있다. 현대적 부조와 현대적 정물을 생각하며 작업한 권오상 작가의 작업에 옵아트에서 착안한 리듬감과 평면에서의 입체감을 구현할 수 있는 아워레이보의 연출이 이뤄진다.

현대미술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탈장르적 작품 전시를 통해 작가와 미술관, 관람객 간의 관계를 새롭게 펼쳐 나가고자 하는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의 개관 3주년 기념전으로 열린다. 중기이코노미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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