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영업비밀 참조해 개발 시간·비용 줄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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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영업비밀 참조해 개발 시간·비용 줄였다면 기술을 단순 모방해 제품생산한 경우 아니어도 영업비밀 사용 해당

기사입력2022-02-28 00:00

김범구 객원 기자 (bkk0909@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김범구 변호사(기술거래사, 세무사, 스카이워커스 대표, 서울산업진흥원 수출 컨설턴트)

A는 B가 개발한 ‘폐플라스틱 자동분류장치’의 원천기술을 우연한 기회에 전부 습득할 수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 기술을 활용해 B가 개발한 장치보다 우수한 장치의 제작을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 관련 발명이기에 개발과 관련해 실험 공정이 존재하며, 이 공정의 성공 여부에 따라 추가 연구 내지 개발절차의 진행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다. 결국 이 실험의 통과를 위해서는 필요한 인적·물적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은 것이다.

A는 B의 정보를 모두 활용했기에 시험의 결과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고 이 과정을 생략했다. 그리고 이 과정의 생략 이외에도 시행착오의 감소를 통해 기간을 단축하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영업비밀인 기술을 단순 모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타인의 영업비밀을 참조해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경우 등과 같이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 또한 영업비밀 사용에 해당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A의 제품 출시 소식을 접한 B는 조사를 통해, A가 자신의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했기에 이는 영업비밀의 침해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A는 “자신이 B의 기술을 단순히 모방해 제품을 생산한 경우가 아니며, 독자적인 판단과정이 있었다”며 맞서고 있다.

A의 주장은 타당한가?

◇쟁점=영업비밀의 침해행위 중, 한 형태인 영업비밀의 사용은 영업비밀 본래의 사용목적에 따라 상품의 생산·판매 등의 영업활동에 이용하거나 연구·개발사업 등에 활용하는 등으로 기업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특정이 가능한 행위를 가리킨다.

연구·개발 등에 활용하는 행위의 범위가 문제인데, 과연 (특정한) 기술을 기계적으로 단순히 모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만 국한할 것인지, 아니면 타인의 영업비밀을 참조해 제품의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등을 절약하는 경우도 또한 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다.

규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3. “영업비밀 침해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 절취(竊取), 기망(欺罔),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이하 “부정취득행위”라 한다)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비밀을 유지하면서 특정인에게 알리는 것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하는 행위

나.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다. 영업비밀을 취득한 후에 그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라.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마. 영업비밀이 라목에 따라 공개된 사실 또는 그러한 공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바. 영업비밀을 취득한 후에 그 영업비밀이 라목에 따라 공개된 사실 또는 그러한 공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판례=자동차에 부착되는 장치와 관련한 유사 판례가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내지 (바)목에서 규정하고 있는 영업비밀 침해행위 중 하나인 영업비밀의 ‘사용’은 영업비밀 본래의 사용 목적에 따라 상품의 생산·판매 등의 영업활동에 이용하거나 연구·개발사업 등에 활용하는 등으로 기업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로서 구체적으로 특정이 가능한 행위를 가리킨다(대법원 1998. 6. 9. 선고 98다1928 판결,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도943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영업비밀인 기술을 단순 모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뿐 아니라, 타인의 영업비밀을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경우 등과 같이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 또한 영업비밀의 사용에 해당한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34981 판결).

◇결과 및 시사점=①영업비밀보호 및 부정경쟁방지 관련 법률의 취지와, ②높아지는 중요성 등에 비춰 영업비밀의 사용과 관련해 그 범위는 넓게 해석함이 타당하다. 단순히 모방해 생산하는 것으로 좁혀 해석하는 것은 과학 및 기술의 발전 현실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론을 도출한다. A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범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