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기업들이 ‘지방소멸’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청년 부재에 따른 인력난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월 중순 수도권 이외 지역에 소재한 기업 513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지역경제 상황에 대한 기업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68.4%가 ‘지방소멸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못 느낀다’는 응답은 31.6%였다. 비수도권 기업 10곳 중 7곳 가까이가 지방소멸을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상의는 “지방소재 기업이 이처럼 지방소멸 위협을 느끼는 것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한 탓도 있지만, 지역 간 불균형 심화로 불안감이 고조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불균형에 대한 질문에는 ‘최근 더욱 확대됐다’는 응답이 57.9%에 달했다. ‘감소했다’는 응답은 13.3%에 그쳤고, ‘변화없다’는 27.7%의 비율을 보였다. 

대한상의는 “역대 정부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지방기업들이 느끼는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지방기업의 불안감과 실질적 피해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청년 떠나자 비수도권 인력확보 심각=비수도권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50.5%가 ‘인력 확보’를 꼽았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청년층마저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기업 현장의 인력문제가 한층 더 심각해진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0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청년인구는 약 9만3000명에 달했다. 2010년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충격이 더 커졌다. 지난 2년간 외국인 인력이 6만명 가까이 감소하면서 인력난이 더 심화된 것이다. 

이밖에도 비수도권 기업들은 ‘판로 개척’(14.0%), ‘자금 조달’(10.9%), ‘기술 개발’(7.2%), ‘사업 기회’(7.0%), ‘물류 인프라’(5.1%) 등을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비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과제로는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55.0%)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한상의는 “각 지역의 지리적·산업적 특성은 물론, 최근 급변하고 있는 산업구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별 특화산업과 거점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밖에도 ‘대폭적인 조세 감면’(38.4%), ‘지역인재 육성(38.2%)’, ‘지역 R&D 지원 확대’(34.1%) 등이 중점과제로 꼽혔다. ‘수도권 규제 강화’(14.4%), ‘초광역경제권 구축 지원’( 12.3%) 등의 의견도 있었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실장은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불균형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제”라고 지적하고, “조만간 새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협력해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같은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해 지역중소기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지원할 목적의 지역중소기업육성법이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 시행됐다. 

법 시행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특별지원지역지정 등 사후적 위기관리제도뿐만 아니라 지역중소기업의 위기를 선제적이고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2월 들어 중기부는 지역 중소기업 지원에 9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역특화산업·기업 육성 3100억원, 지역벤처투자 4700억원, 규제자유특구 지원 1239억원 등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