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프레거 전 전시 전경   ©중기이코노미

사진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장 폴 게티 미술관에서 열린 윌리엄 이글스턴의 전시를 본 후 사진에 빠진 알렉스 프레거는 이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2007년 첫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의 전시로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알렉스 프레거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나고 자랐는데, 이는 그녀의 작업에서 큰 영향을 차지한다. 대중문화와 영화산업의 본거지에서 성장한 그녀의 작품 속에선 그녀가 경험한 다양한 것들이 느껴진다.

알렉스 프레거의 사진작품은 연대순으로 나뉘어 전시가 된다. 초기작 ‘Selected Early Works(2007-2010)’에서 영화의 한 장면 같이 화려한 연출, 과장된 듯한 구성, 등장인물의 표정과 몸짓은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할리우드 영화배우였던 할머니의 친구에게서 받은 50~60년대 의상과 가발 등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게 된 그의 작품에도 이러한 소품들이 등장, 판타지적인 감성을 느끼도록 한다.

‘Face in the Crowd(2012~2015)’에서는 영화, 대중문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 속 클라이맥스와 같은 화려하고 극단적인 장면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공중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거나 감시하는 시점, 시간을 초월한 듯한 분위기 속엔 어울리지 않을 법한 등장인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의 의도다.

연출가가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미장센 기법을 적용, 미국적인 감성과 일상적 이미지를 통해 익숙하지만 모호하고 신비로운 화면을 선사하는 알렉스 프레거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화적 연출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앞과 뒤의 내용이 어떤 것일지, 어떤 배경에서 나온 장면인지를 궁금하게 하는데, 이를 확인시켜주는 영상작업도 볼 수 있다.

알렉스 프레거 전 전시 전경   ©중기이코노미

‘Play the Wind(2019)’는 알렉스 프레거의 단편영화이기도 하다. 로스앤젤레스 일상의 실제 풍경에 허구의 장면들이 연출되고 이는 초현실적인 화면으로 완성된다. 어디에선가 보았을 법한 순간, 꿈같은 장면들을 통해 작가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라 그랑드 소르티 La Grande Sortie’에서는 무대 공포증과 싸우는 발레리나가 등장한다. 무대 위에서 긴장을 하는 발레리나, 흔들리는 눈빛, 그것을 바라보는 상대 발레리나와 관람객의 모습은 결국 하나가 되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삶 속에서 연기, 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작품들은 초기 연작에서 주인공들이 어떤 일을 겪고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이후 그에 대한 대답으로 제작됐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영화로 풀어냄으로써 인생이 한편의 영화이며 관람객 자신이 인생과 그 영화의 주인공임을 전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혜인 큐레이터는 “알렉스 프레거는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로 포토그래퍼이지만 필름메이커이기도 하다. 알렉스 프레거의 사진이 주목받는 것은 사진이라는 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적 요소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라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영화처럼 보이는 작업을 하는 알렉스 프레거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로 풀어냄으로써 인생이 한편의 영화이며 관람객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공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열리는 알렉스 프레거의 첫 번째 대규모 개인전으로, 그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10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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