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오는 3월말 종료 예정이었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네 번째로 연장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자영업자 부채 관리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8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부채관리 방안’ 보고서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는 사회안전망과 부동산 등 실물자산과 맞물려 있다”며 “자영업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는 대출 회수는 금융시스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영업자 부채는 887조5000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3분기보다 29.6% 증가했다. 특히 부실 위험이 큰 다중채무자와 저소득자의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높아졌으며, 영세 업종 및 코로나 타격 업종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영업자 1인당 대출액은 3억5000만원으로 2020년 3분기보다 완화됐지만 비자영업자(9000만 원)에 비하면 거의 4배 규모에 달했다. 

코로나19 위기는 자영업자의 구조적 문제와 결합해 자영업자 부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보고서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부실한 사회안전망 문제는 자영업자 과밀 문제를 양산했으며,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도 자영업자들은 출구에 대한 대안이 없어 폐업하지 못하고 지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 성과와 소득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대출 회수에 나설 경우 “한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취약가구로 전락시키고, 실업을 양산해 사회적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정금리 전환 등 정책 해법 필요=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은애 연구위원은 이 같은 이유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여 여부와 가계 및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한 부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부채 조절에 대한 방안은 거치 및 상환기간 연장 뿐 아니라 프로그램과 정책적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맞춤형 부채 관리 방안으로 ▲행정명령 대상 사업자에 대한 고정금리 대환대출 시행 ▲맞춤형 이자 지원 ▲단계별 이자 유예 및 면제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채무변제계획 컨설팅 지원 ▲거치 및 상환기간 연장 등을 제언했다. 

고정금리 전환의 경우 정책금융에서 시작해 은행권, 2금융권까지 단계적으로 고정금리 대환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자지원은 행정명령 기간 동안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자에 대해 매출 감소분에 비례하는 이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담보대출과 운전자금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을 통한 중·장기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점포 유지를 위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받은 가계부채 및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피해액으로 간주해 지원하는 방안과, 코로나19 및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발생한 대출금에서 원·재료비·임대료·인건비 등 지출 증빙이 가능한 운전자금 부분을 상환금에서 감면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조건부 폐업을 인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는 폐업 즉시 사업자 대출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폐업을 원하거나 경쟁력이 약화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 추가 대출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채무가 일정비율 이하이면서 임금근로자로 취업 가능한 경우 일부상환 조건부 폐업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보고서는 또 재기 지원 프로그램이나 경쟁력 강화 업종 전환 프로그램 등에 일부 부채를 탕감하는 패키지 지원 정책을 설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상가임대차, 정책 자금 지원, 사회안전망, 수수료 지원 등의 정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안정을 위해 중요한 정책이므로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