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선거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6월 1일 열릴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3개월뿐이다. 

단시일 내에 연이어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대선에서 확인된 유권자들의 지형이 지방선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투표율과 후보 등 여러 차이가 변수다. 하지만 지역과 성별 등 다양한 대결구도는 지방선거에서의 표심 향방을 가늠하는데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진다=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7.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대선(77.2%)보다 0.1%p 낮지만, 2012년(75.8%)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비호감 대선’, ‘중도층의 투표 포기’ 등 다양한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 결과를 보면 대선에 대한 관심도나 투표 참여의지가 종전 대선과 마찬가지로 높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거나 박빙세를 이어간 것도 높은 투표율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껏 지방선거 투표율은 대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종전보다 높을 것이란 기대를 해볼 만하다. 관심도 높았던 대선의 여파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율에 있어 최대 변수는 역시 어떤 후보가 나서느냐다. 

투표율과 관련해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날이 갈수록 사전투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율은 3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7년 대선(26.1%)과 2020년 총선(26.7%)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율이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경우, 실질적으로 선거운동 기간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번 대선의 경우 4~5일 2일간 사전투표가 열렸는데, 6일부터 8일까지의 선거운동은 사전투표 참가 유권자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의 선거운동 전략 역시 사전투표를 염두에 둔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동서 지역대결 공고, 부울경은 변수=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TK 지역에서 30% 이상을 득표할 지 여부가 관심사였다. 두 후보 모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종전 대선에 비하면 표의 쏠림 현상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동서 지역대결 구도가 공고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부울경 지역은 변수가 포착되고 있다. 

먼저 호남지역 득표 현황을 보면, 윤석열 후보는 광주(12.72%), 전남(11.44%), 전북(14.42%)에서 모두 두자리수 득표를 했다. 87년 직선제 이후 보수 후보 중 최다 득표라는 의미가 있지만, 20% 득표는 당연하고 30%도 현실적인 목표라던 이준석 대표의 말과는 동떨어진 결과다. 

이재명 후보 역시 TK 지역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향이 안동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내심 30% 이상의 득표를 기대한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대구(21.60%)와 경북(23.80%) 두 지역 모두에서 20%를 넘기는데 그쳤다. 

부울경 지역에서는 결과가 다소 달랐다. 보수 정당의 텃밭으로 꼽혔지만, 이재명 부호는 부산(38.15%), 울산(40.79%), 경남(37.38%) 모두에서 40% 언저리의 표를 얻었다. 부산에 연고가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5자구도로 치러진 2017년 대선 당시 부산(38.71%), 울산(38.14%), 경남(36.73%)에서 올린 득표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지역을 주목할 만한 이유다. 

◇2030 남녀 지지가 정반대…대결 구도 어디까지=이번 대선의 또한가지 특징은 2030 남녀의 지지구도가 정반대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3사가 공동으로 9일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30 연령층은 성별에 따른 지지후보층이 정반대로 나타났다. 반면 40대 이상에서는 성별에 따른 지지후보 추이에 차이가 없었다. 

20대 이하 연령대에서는 남성의 윤석열 후보에 투표했다는 응답이 58.7%로 이재명 후보(36.3%)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여성은 이재명 후보(58.0%)와 윤석열 후보(33.8%) 지지율이 남성과 거의 정반대로 나타났다. 

30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남성은 윤석열 후보(52.8%) 지지가 이재명 후보(42.6%)를 앞선데 반해, 여성은 이재명 후보(49.7%)와 윤석열 후보(43.8%) 지지 양상이 정반대를 보였다. 

이같은 성별 대립구도의 원인은 만연한 젠더갈등과, 이를 직접 선거에 활용하는 선거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이런 갈등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선거운동이 등장할 지, 이를 통해 2030 세대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후보가 등장할지도 지켜볼 포인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