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소비를 뜻하는 ‘궈차오(国潮) 열풍’이 중국 소비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 기업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궈차오 열풍에 편승해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 소비재 기업들도 이런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에 한국 소비재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전략과 타깃 지역 분석을 통한 효과적인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궈차오는 중국 문화를 의미하는 궈(国)와 유행·트렌드를 의미하는 차오류(潮流)의 차오를 합친 합성어로, 궈차오 제품은 중국의 기술, 문화를 기반으로 한 중국 특색이 있는 제품을 지칭한다. 궈차오 열풍은 화장품·의류·식품·생활용품·생활·가전·자동차 등 소비재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중국의 궈차오 열풍과 우리 소비재 기업의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 소비시장의 주력으로 부상한 중국의 MZ세대인 ‘지우우허우(1995~1999년 출생한 세대)’, ‘링링허우( 2000~2009년 출생한 세대)’의 애국주의적 성황과 기술력이 향상된 중국 기업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궈차오는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궈차오 열풍으로 중국 기업 급성장…글로벌 브랜드도 궈차오 테마로

보고서는 궈차오 열풍이 중국 기업 성장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 상위 20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은 2017년 6개사에서 2020년 8개사로 늘었으며, 퍼펙트 다이어리·화시즈와 같은 브랜드의 높은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의류 시장에서도 상위 10개사 중 6개가 중국 기업이며, 2020년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궈차오 열풍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 화시즈 <자료=화시즈 홈페이지>

퍼펙트 다이어리·화시즈·리닝·안타 등 중국 궈차오 브랜드들의 성공요인은 제품 퀄리티의 상승에 있지만, 보고서는 궈차오 열풍 역시 중국 기업들의 성장에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중국 설문기관 소비자보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궈차오 제품을 소비하는 이유로 “독특하고 신선한 디자인과 아이디어, 실리적인 가격, 우수한 품질”을 꼽았다. 궈차오 열풍이 일시적인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중국 소비재 기업의 질적 성장이 병행되면서 견고한 소비성향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도 궈차오를 테마로 한 마케팅 시도, 궈차오 특색을 입힌 제품 출시 등을 통해 궈차오 열풍을 중국 시장 점유율 확대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의 경우 중국 국가박물관과의 콜라보를 통해 박물관 소장품인 ‘천추절염도(千秋绝艳图)’를 토대로 디자인하고, 각 색상의 명칭을 중국 역사 5대 미녀의 이름으로 하는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중국 소비자 눈높이와 트렌드에 맞춘 제품 개발해야

2021년 기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3%이나, 전체 소비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3%에 불과하다. 특히 대표적인 對중국 소비재 수출품목인 화장품마저 성장둔화 위기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최근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 증가율은 2018년 64%에서 2019년 20%, 그리고 2020년에는 7.9%까지 하락했다. 한국 화장품이 주춤하는 사이 일본이 2019년부터 중국 화장품 수입시장 1위로 올라섰으며 한국은 프랑스에도 추월당하며 3위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우리 소비재 기업들이 변화된 중국 소비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와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기 있는 궈차오 제품들이 한국 시각에서 촌스러울 수 있지만, 중국식 촌스러움이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최신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더이상 한국제품이라는 이유로 한국제품을 선호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되며, 한국의 기준에서 개발된 제품이 아닌 제품의 사양, 패키징, 마케팅 등 제품 전반에서 중국 시장에 특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 소비재 시장의 틈새시장인 프리미엄 소비재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궈차오 열풍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들이 포진한 중저가라인과 글로벌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는 럭셔리 라인에서의 경쟁은 쉽지 않다. 따라서 중국 소비재 시장 진출에 있어 럭셔리와 중저가의 틈새인 프리미엄 시장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서는 진단했다.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위해선 코로나19 종식 후 국경간 이동이 완전히 회복하더라도 중국 따이공(보따리상)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화장품 판매 최대 채널인 온라인 채널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방도시를 거점으로 삼아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좋다. 시장이 이미 성숙된 1·2선 도시에 진출하는 것을 고집하기 보다는 3·4·5선 도시를 먼저 공략하고, 점차 1·2선 도시까지 진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현지진출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대도시의 대형 전시회, 빅바이어 위주의 전략보다는 지방도시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를 적극 활용해 해당 지역에서 인지도를 제고하고, 해당 지역의 유력 바이어를 발굴해 거래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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