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소비지출이 위축되고 상가임차인의 매출과 소득이 급감한 현 상황을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에 규정돼 있는 현행 임대료 증감청구권의 요건이 법원에서 굉장히 제한적으로 해석되고 있어 경제적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증감청구권이 활용되기 쉽지 않자, 아예 법에 “제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명시해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차임감액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에도 불구하고 원만하게 월세 협의가 되지 않아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세입자는 결국 비용을 들여 소송할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세입자들에게는 소송을 활용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물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차임증감청구에 대해서는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나, 조정은 강제력이 없어 합의가 되지 않으면 끝내 소송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사자 사이에 조정에 따르기로 하는 합의가 있다고 해도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감염병 등 경제적 사정의 변동이 발생한 때 적정 임대료를 산정하기 위한 별도 기준이 없기 때문에 조정제도가 활성화 되지 못했다. 

실제로 차임증감청구권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2021년 기준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 78건, 서울시 50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법무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조정활성화를 위해, 감염병 등 경제사정 변동에 따른 적정 임대료 가이드라인을 현재 마련 중에 있다고는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정이 아닌 소송을 통해서 해결을 도모하고자 해도 시간과 비용이 지출된다. 소송은 시간이 10개월 정도는 소요되기 때문에 신속한 분쟁해결에는 어려움이 있고, 변호사비용부터 여러 비용이 소요될 수 있어 임차인에게는 이러한 비용도 굉장히 부담될 수 있다. 

차임분쟁 관련 조정절차나 소송절차가 활성화 되지 못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경우에는 소제기 전 반드시 조정을 거치도록 하고(필요적 전치주의), 재판절차에 있어서도 법원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 비송절차에 따른 신속한 분쟁 해결을 모색하는 등 차임증감청구권이 제도적으로 활성화 돼 있다. 

우리나라도 차임 등 증감청구권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차임 등의 증감액에 관해 당사자 간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법원에 소를 제기하려는 사람은 먼저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도록 하고, 조정에서 판단된 금액을 토대로 차임 등의 증감청구에 대해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감액된 액수의 차임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소비지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월세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법에 보장된 권리를 조금 더 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의 보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정하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