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광주에서 발생한 HDC현산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붕괴사고는 무단 구조변경과 관리부실로 인해 벌어진 인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토교통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11일 붕괴사고의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충남대 김규용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건축구조·건축시공·법률 등 관련 분야별 전문가 12명이 참여한 위원회는 사고 이후 약 2개월간 원인을 조사했다. 

지난 1월 11일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사망 6명, 부상 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에는 5개층의 외벽이 붕괴됐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39층(옥상층)과 38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의 층인 PIT층 바닥이 붕괴되면서 16개층 이상이 붕괴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 조사결과 39층 바닥 시공방법 및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와 다르게 임의 변경하고 PIT층에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함에 따라, PIT층 바닥 슬래브 작용하중이 설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PIT층 하부 가설지지대(동바리)는 조기 철거해 PIT층 바닥 슬래브가 하중을 단독 지지하도록 만들어 1차 붕괴를 유발했고, 이로 인해 건물 하부방향으로 연속붕괴가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콘크리트 강도 미달…관리부실까지=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시험 결과, 총 17개층 중 15개 층의 콘크리트가 설계기준강도의 85% 수준에 미달한 사실도 확인됐다. 

위원회는 “콘크리트 강도 부족은 철근과 부착 저하를 유발해 붕괴 등에 대한 건축물의 안전성 저하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공사관리 측면에서도 부실이 확인됐다. 위원회는 “시공 과정을 확인하고 위의 붕괴위험을 차단해야 할 감리자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김영국 기술안전정책관은 브리핑에서, “구조기술사의 구조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하고, 감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했어야 되는데 그것이 누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감리자는 발주기관에 제출된 ‘건축분야 공종별 검측업무 기준’과 다르게 작성한 검측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가벽’에 대한 구조안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위원회는 사고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제도이행 강화, 현감리제도 개선, 자재·품질관리 개선, 하도급 제도 개선 등의 재발방지방안을 제시했다. 

제도이행 강화의 경우, 설계변경 등 주요 의사결정 시 관련전문기술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안전과 관련된 건설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리제도에 대해서는, 감리자가 발주자와 시공사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의 감리 관리기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콘크리트 강도미달과 관련해, 레미콘의 생산과정부터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현장품질관리 개선을 위해 품질관리자의 겸직 금지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하도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면계약과 같이 비합법적 하도급 계약 방지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용 위원장은 “위원회는 두 달간 사고원인의 면밀한 분석을 위해 노력했으며, 조사결과가 붕괴사고의 원인 규명뿐 아니라 향후 유사사고 재발방지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분석된 조사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해 약 3주 후 최종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최종보고서를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김영국 기술안전정책관은 HDC현산에 대한 제재를 묻는 질문에 “제재를 포함한 재발방지 대책을 3월 중에 발표토록 하겠다”며, “제재의 수준은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이 사건이 중하고 이러한 사고의 재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