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속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한국이 최근 2년 연속으로 1위 자리를 대만에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기술·장비 수출 제한에 따른 중국의 대만산 반도체 수입 증가, 아세안 6개국 약진, 중국의 부품·소재 자급화정책에 따른 범용소재 위주 중국 부품·소재 수출 감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6일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해왔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대만에 이어 점유율 2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2015년 기준 중국의 20대 수입국 중 G5(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한국, 대만, 아세안6(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의 2017~2021년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을 2012~2016년과 비교해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점유율이 미국과 함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점유율은 2012~2016년 9.8%에서 2017~2021년 8.8%로 1.0%p 하락했다. 중국과 무역분쟁을 겪은 미국도 1.0%p 줄었다. 반면, 글로벌 공급망의 허브로 변모하고 있는 아세안 6개국과 대만의 점유율은 각각 2.5%p, 0.8%p 늘었다.

전경련은 이 기간 대만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늘어난 원인으로, 미국이 중국군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에 대한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을 제한한 이후 중국의 대만산 반도체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미국은 2020년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을 사실상 제한했다. 

◇메모리반도체 빼면 낙폭 더 커져=대중국 주력 수출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의 점유율 하락 폭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중국의 대한국 수입 중 메모리반도체 비중은 25.8%에 달한다. 메모리반도체를 제외 전체품목을 놓고 보면,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2~2016년 8.8%에서 2017~2021년 6.8%로 2.0%p 감소했다. 반면 아세안 6개국 점유율은 2.8%p로 늘었다.

부품소재 역시 낙폭이 컸다. 한국의 중국 부품소재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2~2016년 16.9%에서 2017~2021년 11.9%로 5.0%p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만도 -3.3%p를 기록했고, 미국은 현상유지를 했다. 일본(0.8%p), 독일(0.9%p), 아세안6(2.1%p)은 소폭 상승했다. 

부품소재의 경우 중국의 최근 5년(2017~2021년) 수입이 2012년~2016년보다 6.6% 줄었다는 점이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의 부품·소재 수입은 ‘중국제조 2025’로 상징되는 자급화 등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과 중국 토종기업의 성장에 따른 결과다. 

이 같은 중국의 부품소재 수입구조의 근원적 변화는 메모리반도체 이외 범용소재 위주의 한국의 대중국 부품소재 수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게 전경련의 분석이다. 

◇대중국 수출 전략품목 발굴 필요=10대 소비재의 최근 점유율 역시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승용차·의약품·화장품·유아용 식료품·플라스틱제품 등 중국의 10대 수입 소비재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2017~2021년 4.2%로 2012~2016년(5.4%)보다 1.2%p 감소했다. 

이 기간 중국의 화장품 대프랑스 수입이 약 4배 증가함에 따라 G5와 아세안6 중 프랑스만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이 2.3%p 상승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국의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산업고도화 및 내수중심 성장정책은 2016년 이후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감소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중국의 수입구조가 고부가가치 중간재, 소비재 제품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기업은 반도체 이외에 고부가가치 철강재·정밀화학제품 등 고부가 대중국 전략 수출품목을 발굴해야 하며, 정부는 2015년 12월 발효된 한중FTA의 상품 양허 개정 등 정책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