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경영하면서 이런저런 고민거리가 없는 대표는 없을 것이다. 번 것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세금은 왜 이리 많이 나온 것인지, 또 인사노무 분야에 신경쓰지 않으면 생산성도 급격히 낮아지는 것 같은 느낌도 갖게 되고, 거래처 채권회수는 늘 골칫거리다. 특히 필요한 자금을 제때 마련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겨우 은행에서 긴급자금을 융통하고 나면 이번에는 이자 갚아나가는 게 걱정이다. 왜 우리 회사만 금리가 높은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경우도 많다.

“사정이 비슷한 것 같은데 왜 다른 회사보다 우리 회사 금리가 높죠?” 여러 모임에 참석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다. 다른 업체 대표들 얘기를 들어보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주거래은행과의 거래도 오래됐는데도 유독 금리가 높아 ‘왜 이런 대접을 받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해하는 경우다. 지금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쓰고 싶지만 녹록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 운용 현황

지난 4월초 상담이 진행됐던 경기도 부천에 소재한 A제조업체도 그랬다. 업력은 20년 정도 됐으며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은 20억원 수준이다. 주거래은행은 ○○은행이며 부채 규모는 6억원 정도, 금리는 5% 후반대로 파악됐다. 이 회사 대표는 지역기업 대표자 모임이 있을 때 금리 이야기만 나오면 화가 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이 업체는 주거래은행이 금리인하를 거절하자 타은행으로 대환을 하면서 3% 후반대의 금리로 조정이 됐다. 2%p 정도 금리를 낮춘 셈이다. 

금리가 낮은 상품들을 보면 아무래도 정책자금이거나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자를 보전해주는 자금들인데,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들이 이 자금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다. 설혹 자금을 받더라도 어떤 경우에는 상환기간이 짧기 때문에 해당업체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한국은행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해주는 자금’이 바로 그 중 하나다. 원래는 총액한도대출제도였는데 지난해 12월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로 명칭이 바뀌었다.

한국은행 ‘중소기업 지원’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는 한국은행의 대표적인 신용정책 수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하는 일정한도 내에서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실적 등을 감안해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은행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할 수 있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미리 정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은행별 한도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며, 개별 은행은 배정된 한도 내에서 한국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은행이 일반 시중은행에게 일정한 한도만큼 낮은 이자로 자금을 지원해주고, 은행은 저리로 자금을 조달한 만큼 중소기업에게 싼 이자로 대출을 해줄 수 있다. 결국 중소기업은 기존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금융중개지원대출 C2 자금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지난 1994년 3월 도입된 이후 지속적인 보완과정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 조건에 따라 C1자금과 C2자금 등으로 구분해 지원해준다. C1(기술형 창업기업)자금은 창업한 지 7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이 대상이다. 특허권 및 실용신안권 보유기업, 인증기술 보유기업, 정부출현 및 정부 R&D성공 기술기업, 기술평가인증기업,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는 기업이 담보종류에 따라서 금리지원을 받을 수 있다. C2자금은 경기도 등 지방에서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대상이다. 벤처기업, 유망중소기업, 기술혁신·특허보유기업, 창업중소제조기업, 환경친화기업, 소재·부품제조기업 등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출조건은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지만 필요로 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 준비한다면 일반자금대출 금리보다 적게는 1%p, 많게는 2%p 이상 수준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대출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금리 1~2% 차이는 어떤 경우 매출을 일정수준 올리는 것보다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이자비용 자체를 줄이는 것은 해당 회사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차입금이 몇십억원인데 만약 금리가 1%p만 낮아진다면…’ 갚아야 할 돈이 줄어드니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이처럼 C1자금이나 C2자금 등을 받을 수 있는 업체라면 이자를 지원받을 수 있다.

CEO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은행에서 결정한 금리가 높다고 판단된다면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존 대출을 연장할 때나 혹은 신규 대출신청 시 해당 은행에 금리조정을 요구해 불필요한 이자비용을 줄여야 한다. 요구하지 않으면 은행에서 알아서 이자를 깎아주지 않는다.[기업자금지원센터 신성범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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