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신입채용을 할때 직무 관련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여건이 안 된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국내 매출액 1000대기업(응답기업 302개사) 대상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2.6%가 올해 채용시장 트렌드(복수응답)로 대규모 공채보다 수시채용 비중 증가를 전망했다. 

이어서 이공계 인력 채용 확대(54.9%), 신입보다 경력직 선호(52.1%) 등의 응답비중이 높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작된 비대면 채용전형의 도입·지속이란 응답도 44.7%에 달했다. 미래산업 분야 인재 채용 증가(36.6%)도 뒤를 이었다. 

대졸신입 채용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복수응답)으로는 직무 관련 경험이 64.9%로 첫손에 꼽혔다. 이어서 직무 관련 지식(57.0%), 태도·인성(53.6%), 관련자격증(12.3%) 등 순이었다. 반면 대규모 공채시장에서 지원자를 1차적으로 선별하는 기준이었던 어학능력과 학력·학점은 각각 3.6%에 불과했다. 봉사활동 역시 0.3%에 그쳤다. 

기업이 바라는 최고의 인재상(복수응답)은 전문성(52.6%)과 소통·협력(44.7%) 갖춘 인재로 나타났다. 또 성실함(26.5%), 열정(15.6%), 도전정신(13.6%), 창의성(12.3%), 글로벌역량(11.3%) 등이 뒤를 이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학점과 어학점수가 중요했던 공채가 저물고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이 확산되면서 인턴 등 실무경험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학부시절 다양한 직무관련 경험과 직무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송 교수는 “최근 취업만큼 실무경험이나 직무역량을 높이는 기회를 잡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64%, 인턴 등 청년 일경험 기회 제공 여건 안돼=기업들은 직무 관련 경험에 대한 선호를 보였지만, 청년들이 직무역량이나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데는 난색을 표했다.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에 대해 기업의 64.2%가 취지에 공감하지만 여건이 안 된다고 답했다.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필요(28.1%)하거나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7.0%)는 등 긍정적으로 답한 기업은 35.1%였다. 

실제 응답기업의 29.8%만이 청년들에게 인턴제 등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일경험 제도(복수응답)는 채용전환형 인턴제가 68.9%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체험형 인턴제(22.2%), 일학습병행제(11.1%), 대학생 현장실습 프로그램(10.0%)의 순이었다. 

관련해서 대한상의는 청년 대상 일경험 기회 확대에 뜻이 있는 기업들과 협업해 대학생 일경험 플랫폼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대학생이 기업의 현장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직무역량을 높이고 진로탐색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위축된 대졸채용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만 변화된 채용트렌드는 오히려 저탄소·디지털전환과 맞물려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현장과 교육현장간의 미스매치를 좁혀나가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9.2%, 고용규모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할 것=올해 고용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고용규모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응답이 69.2%로 가장 많았다. 이전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10.6%에 달했다. 

반면, 코로나 영향으로 줄어든 수준이 유지(15.9%)되거나 더 줄어들 것(4.3%)이라는 응답은 20.2%였다.

응답 기업의 80.1%는 올해 대졸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19.9%는 채용계획이 미정이었다. 채용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기업이 71.9%, 늘리겠다는 기업이 20.7%로 조사됐다. 반면 줄일 것이라는 기업은 7.4%에 그쳤다.

채용계획을 수립한 기업들의 채용분야(복수응답)로는 행정·사무(65.8%)가 가장 많았다. 이어서 제조·엔지니어(62.5%), 영업·영업관리(50.0%), R&D연구직(39.6%), IT·정보통신(20.4%) 등의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코로나 영향으로 위축되었던 고용시장이 주요 대기업들의 채용규모 확대에 따라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위기 등 경영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어 극적인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