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비수도권 광역시들의 일자리 창출 역량이 크게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초광역권에 기반한 지역의 산업혁신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식서비스업 3대 업종(소프트웨어 및 정보서비스, 영상·방송·창작예술업, 연구개발 및 전문서비스업)의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순증가한 일자리 중 80.4%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식서비스업 3대 업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 정도의 고용증가율을 보여 양질의 일자리 성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전체 산업의 연평균 고용성장률인 0.55%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3대 업종의 전국 종사자수는 2015년부터 2020년 사인 31만3000명이 증가했는데, 이중 수도권에서 순증가한 종사자수가 25만2000명에 달했다.

또, 직무상 관리자 그룹과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그룹의 일자리도 최근 5년간 순증가의 75.8%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우수인력 수도권 유출 심각=반면, 지식서비스업 3대 업종의 일자리 증가가 수도권에 집중된 사이, 비수도권 광역시들의 일자리 창출역량은 저하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고용성장률을 보면 광주만 0.13%로 소폭 증가했을 뿐, 부산(-0.43%), 대구(-1.05%), 대전(-0.02%), 울산(-0.27%) 등이 모두 감소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보고서는 “비수도권 지역 중추도시의 지식서비스 기능이 취약해 산업융합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역 우수인력의 수도권 유출이 심각”하며, “지역 생산현장과 밀착해 운영되던 민간기업의 기술연구소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해 지역의 혁신생태계가 와해될 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벤처캐피탈과 창업지원기능(액셀러레이터)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의 벤처창업 생태계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 비수도권 광역시들의 취약한 일자리 기반하에서 과도한 도시 외연 확대에 따라 도시의 중심성이 약화하고 있는 점 역시 비수도권 광역시의 일자리 창출 역량 감소를 초래했다고 봤다. 

◇지역 정착 인력 혁신지원 확대를=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발전격차가 2015년경 이후 더욱 커짐에 따라 부울경,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의 지역에서 메가시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역주의는 기본적으로 분권과 자치에 기반한 분화와 원심력이 작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지역간 협력에 기반한 메가시티 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된 이유는 2015년경 이후 수도권이 매우 강력한 흡입력을 보이는 것에 대한 지역 차원의 위기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해 정부는 지난해 10월 ‘초광역협력 지원전략’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인접 광역시·도 간, 강원·제주처럼 이격된 광역자치단체간, 시·군 간, 다른 행정구역 소속의 마을 간 매우 다양한 온갖 협력공간을 모두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초광역권과 같은 기능지역은 정책목표와 수단을 명확히 해야 성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의 김영수 선임연구위원은, 초광역권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17개 시도로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초광역권의 중추거점도시(메가시티)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수준의 산업혁신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렇게 구축한 중추도시권 중심의 산업혁신생태계는 궁극적으로 지역의 산업 및 일자리 성장동력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책과제로는 “중추도시권 중심의 특화형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첫손에 꼽았다. 또, “디지털경제시대 혁신을 선도할 인력을 양성하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인력 중심의 혁신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초광역권 단위로 지역 혁신자원의 효율화와 역량 강화가 필요하며, 지역이 주도성을 발휘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