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산업 전문지 ‘캔디인더스트리’가 발표한 ‘2022 제과업계 글로벌 Top100’에 오리온이 12위를 차지했다. 작년 대비 두 계단 올랐는데, 아시아 제과기업 중에는 1위다. 오리온은 글로벌 경제 침체가 이어졌던 지난해에도 매출액 2조3594억원, 영업이익 3729억원이라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한다.

가파른 성장세의 일등공신인 ‘초코파이情’은 지난해 5000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판매된 제품은 낱개 기준 34억개에 달하며, 일렬로 세우면 지구 5바퀴를 돌수 있는 양이다. 이러한 초코파이의 전 세계적 흥행은 오리온의 현지화 전략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 같은 ‘초코파이’가 아니다=국내에서 1974년 첫선을 보인 초코파이는 1997년 중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에 나섰다. 이후 베트남과 러시아, 인도에 잇달아 공장을 지으며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중국에서는 초코파이 딸기가 전년 대비 58% 성장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식감을 차별화한 찰초코파이와 초코파이 바나나 역시 호평을 받으며 2년 연속 연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다.

베트남에서는 초코파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성장하며 현지 생산을 시작한 지 16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오리지널과 다크 등 기존 제품이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복숭아, 요거트 등 시즌 한정판 제품을 선보여 현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젊은 세대를 공략했다.

총 12종의 초코파이를 판매 중인 러시아에서는 농사지은 베리류를 잼으로 만들어 먹는 현지 식문화를 바탕으로 체리, 라즈베리, 블랙커런트 잼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여 전년 대비 33% 성장한 매출을 달성했다.

식품산업은 식품의 맛이 곧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입맛을 붙잡으려면 해외 신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초코파이 공식 따르는 ‘꼬북칩’=오리온의 인기 스낵 ‘꼬북칩’ 역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은 작년부터 중국에서 현지 생산에 들어가 판매를 시작했고, 미국 하와이주에서도 샘스클럽을 통해 판매에 나섰다. 미국 진출 약 3년 만에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또한 초코파이의 성공 공식을 따라, 나라별로 즐겨 찾는 맛의 제품을 개발하는 현지화 전략 덕분이라는 평가다. 꼬북칩은 칠리페퍼라임맛(미국), 마라맛·콘스프맛(중국), 트러플맛·김맛(대만) 등 10가지 종류로 각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K-로컬푸드 역시 현지화 전략=김치나 장류 등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대상 또한 해외 소비자 입맛을 반영한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K-로컬푸드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비건들을 위해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를 내놓는가 하면, 고추장은 서구식 식문화에 맞춰 용도와 제형을 변형했다. 샐러드나 타코 등에 뿌려 먹을 수 있게 드레싱 형태로 개발한 장 제품도 내놨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을 겨냥하기 위해 할랄 인증도 획득했다.

대상은 과거 국내에서 수출하는 로컬식품들이 현지에 거주하는 해외교민 및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소비됐다면, 지금은 현지인의 소비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지화 핵심…맛, 인사, 문화=식품기업이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까닭은 실적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대표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산업에 속한다. 제품군별 가격 경쟁이 심해 마음 놓고 가격인상 카드를 사용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시장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글로벌 진출을 통한 시장 확장과 현지화 전략 수립은 필수적인 관문이 됐다.

식품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접근성과 재구매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곧 매출을 내려면 소비자를 거듭 사로잡을 수 있는 ‘맛’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식품의 맛이 곧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입맛을 붙잡으려면 해외 신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인사도 중요하다. 오리온은 해외법인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의 경우 현지인 공장장을 배출한 후 신규 본부장과 팀장 등을 현지인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지 식문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현지인을 통해 현실성 있는 시장조사를 실행하고, 현지 소비자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하고자 하는 취지다. 중기이코노미 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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