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디지털 활용역량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이 OECD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접근성과 상반된 결과다. 

29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주요기관의 디지털 경쟁력 비교자료에서 한국이 전세계 상위권의 디지털 환경을 갖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IMD에서 발표하는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64개국 가운데 12위에 올랐다. EIU의 포용적 인터넷 지수에서는 120개국 중 11위, 시스코의 디지털 준비지수에서는 141개국 중 8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각 지수들은 디지털 기술 채택 능력, 인터넷 접근성, 디지털 경제 인프라 등에 대한 평가로, 한국의 디지털 환경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해 있음을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프라 우위는 고품질 인터넷 접근성에서도 확인된다. OECD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0명당 100Mbps 이상 고정 광대역 가입자 수가 40.0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기업의 디지털 활용역량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에 대한 분석결과는 정반대였다.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주요국에 비해 느리고, 디지털 활용역량이 부족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클라우드·CRM·이커머스…디지털 활용 열악=국제비교를 위해 유로존(19개국) 및 영국과 한국을 비교분석한 결과, 디지털 경제의 활용역량을 보여주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용 비중, CRM 소프트웨어 사용 비중·이커머스 비중 등에서 한국 기업의 순위는 최하위권이었다. 

유럽연합 통계청(Eurostat)과 OECD 자료를 종합해보면, 한국 대기업(250인 이상)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용 비중은 46.5%로 조사대상 20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중소기업(249인 이하)은 24.5%로 조사대상 20개국 가운데 19위였다. 

디지털 경제시대 개인화된 고객관계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CRM 사용 비중도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대기업의 CRM 소프트웨어 사용 비중은 51.2%, 중소기업은 17.3%로 모두 20개국 가운데 19위에 그쳤다. 

이커머스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 비중은 대기업이 38.2%로 17위였고, 중소기업은 20.1%로 조사대상국 중 11위를 기록했다. 

다만,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대기업의 경우 47.7%로 6위에 올랐고, 중소기업은 12.2%로 10위를 기록했다. 빅데이터 활용만큼은 비교대상국 중에서 중간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중소기업 디지털 직업훈련, 경기따라 급변=기업의 디지털 활용과 역량을 향상시키고 종사자의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하지만 한국 중소기업들이 ICT 기술 교육·훈련에 투자하는 비율은 외부 경기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편이었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중소기업 정보화수준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ICT 기술 교육·훈련 시행 비율은 2014년에는 30%를 웃돌았으나 2015년에는 20%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 2018~2019년에는 40%를 웃돌았으나 2020년 들어서는 30% 아래로 급락하는 등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소기업들이 ICT 교육·훈련에 대해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안정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보조금이나 대출 등 단기적이고 금전적인 부분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 지속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기술을 가진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므로 디지털 관련 교육 및 훈련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령화 시대에 직면해 세대 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고령층에 대한 디지털 적응도를 집중적으로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